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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일본을 배우자” 어학강습 붐(지구촌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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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사탕수수 수출등 교역확대 노려 권장/변변한 교재ㆍ사전없어 어려움
격변을 겪고 있는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과 달리 사회주의 정통노선 고수를 천명하고 있는 중미 쿠바에서 일본어 강습열풍이 세차게 불고 있다.
카스트로 쿠바국가평의회의장은 최근 2∼3년동안 「일본 비판」을 자제한 채 『일본을 배우자』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일본인의 근면성과 높은 과학기술수준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무원들은 물론 학생ㆍ지식인,심지어 부녀자들까지도 일본어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쿠바에 일본어강습붐이 본격적으로 불기시작한 것은 지난 88년부터다.
아직 교과서와 사전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어 배우기 열기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립아바나대학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매주2회의 일본어강좌가 설치됐다. 현재 강사는 고베(신호)출신의 데라오 히후미(사미 일이삼)씨.
학생들로는 러시아어교수ㆍ컴퓨터엔지니어ㆍ철학교수ㆍ관광공사임원ㆍ사탕산업부관리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망라돼 있다.
학생들의 수업열의가 대단히 높아 거의 모든 학생들이 1개월내에 가타카나와 히라가나(일본어 자모음의 총칭)를 모두 외게된다.
데라오씨는 밤에도 외국어대학에 나가 일본어강의를 하기 때문에 거의 자기시간을 갖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푸념했다.
쿠바국립경제협력위원회(CECE)가 2년전 무역공사ㆍ문화부ㆍ어업부 등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일본어를 교육하고 싶다는 의사를 일본대사관에 전달하면서 대사관 측의 도움으로 처음 일본어강좌가 설치됐다.
당초 아바나대학의 제1외국어는 러시아어ㆍ영어ㆍ프랑스어,제2외국어는 포르투갈어 등으로 일본어는 제2외국어로도 포함되지 못했었다.
그러던것이 쿠바산 사탕수수의 세계최대수입국인 일본과의 교류확대를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려는 쿠바측 이해와 쿠바 일본인 2,3세들이 점차 일본어를 잊어가는 것을 막아보려는 일본측 의도가 맞아떨어지면서 일본이 국제교류기금을 사용,일본어학원을 설립한 것이다.
농업부에서 물고기곰팡이에 관해 연구하고 있는 로스카노 페레르씨(40)는 양식기술과 품질관리 향상을 위해서는 일본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관광공사에서 일하고 있는 도밍고씨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관광개발사업의 성패는 일본인관광객들이 얼마나 많이 찾아오느냐에 달려있다』고 강조,『지금은 영어통역이 안내하고 있으나 곧 일본어 통역이 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쿠바에서 일본어학습의 가장 큰 어려움은 일본어 교재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어렵게 구한 일본어 교과서를 복사,교재로 사용하려해도 잦은 기계 고장과 잉크액ㆍ종이등의 부족으로 그것마저 여의치 않은 형편이다.
더구나 서일사전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여서 부득이 노일사전을 소련에서 구입해 쓰고 있다.
더욱이 쿠바당국의 엄격한 문화통제로 일본영화ㆍ잡지를 구경하기가 극히 어려운 상황이어서 일본어 공부는 더욱 어렵다.
그러나 이같은 악조건에도 불구,쿠바정부의 경제적 필요성과 쿠바인들의 일본에 대한 선망으로 일본어붐은 시간이 갈수록 열기를 더하고있다.
아바나대학의 한 법대생은 『요즘 젊은이들의 대일편향도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고 말하고 『이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쿠바는 온통 일본문화로 뒤덮이게 될 것』이라고 개탄했다.<진세근기자>PN JAD
PD 19900624
PG 04
PQ 02
CP HS
SA P
CK 08
CS A08
BL 1357
GO 지구촌화제
GI 김용일
TI 미국 여죄수가 넘친다(지구촌화제)
TX ◎10년 전보다 3배 늘어 4만명선/소내서 마약거래ㆍ성폭행등 “골치”
현재 가뜩이나 포화상태에 있는 미교도소에 근래들어 여성범죄자수가 급증,재소자수용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미연방 교정당국이 최근 밝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미전역에 수감중인 여죄수는 약 4만명.
이는 10년전인 80년초 1만3천명에 비해 무려 3배가 늘어난 것으로 교정당국은 그 숫자가 『기하급수적인 증가를 기록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미국전체 재소자수로 볼때 여죄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5.4% 정도로 아직 미미하다.
그러나 최근 몇년간 여죄수들이 연평균 20%의 비율로 늘고 있는 반면 수용시설은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는 점에서 미교정당국은 골치를 앓고 있다.
80년대 들어 여죄수가 급증하고 있는 범죄의 주종은 마약사범. 전체 여죄수 가운데 절반이상이 마약관련으로 수감돼 있다.
여죄수가 급증하고 있지만 교정당국은 남자죄수문제 때문에 여죄수 교화문제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처럼 방치된 것이나 다름없는 여죄수들의 교도소내 생활은 문제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교도소내에서조차 마약밀매가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마약관련자들은 물론 다른 범죄로 수감된 죄수들까지 마약에 물들게 돼 교도소가 마치 「범죄학교」와 같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한 예로 미캘리포니아에 있는 수용인원 2천5백명 규모의 여성전용 프론테라교도소의 경우 감방내에서는 물론 교도소 뜰에 있는 간이화장실에서조차 흡입용 및 주사용 마약들이 버젓이 거래되고 있는 형편이다.
마약복용이 성행되고 있는 것과 함께 재소자간 성폭행ㆍ절도ㆍ폭력등도 끊이지 않고 있으며 AIDS까지도 재소자들간에 널리 퍼져 있다.
매사추세츠주당국이 최근 밝힌 공식보고에 따르면 AIDS검사에 자발적으로 응한 4백명의 여죄수 가운데 35%인 1백40명이 양성반응을 나타내 13%수준인 남자죄수들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약 외에도 여성들을 범죄자로 만드는 가장 주된 이유는 빈곤문제.
플로리다주에 지난해 수감된 재소자들을 보면 남자는 검거 당시 3분의 2정도가 직업을 가졌으나 여자들은 73.8%가 무직으로 생활고 때문에 범죄의 길로 들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2백50달러 내외의 사회보조금으로 연명하고 있는 이들 빈곤층은 저학력ㆍ저소득의 악순환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에 정부당국으로서도 사실상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같은 현황을 두고 교정당국이나 관계학자들은 『범죄자 교화를 위해 교도소는 절대로 적합지 못한 곳』이라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막상 뾰족한 대안은 어느 누구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자연발생적으로 느는 범죄에다 수감생활을 통한 재범화현상등으로 미국의 여성교도소는 날이 갈수록 더 붐비게 될 전망이다.<김용일기자>PN JAD
PD 19900624
PG 05
PQ 01
CP HS
SA P
CK 08
CS E07
BL 1660
GO 뉴스파일
GI 김종선
TI 사회/빨리 온 장마 「인재시비」동반(뉴스파일)
TX ◎늑장ㆍ중단 수방공사장 물난리/칼뽑은 사정,발본색원 기대/살해범 놓친후 법보완 분주
증인살해사건으로 치안부재를 우려하는 소리가 높아가고 있는 가운데 1주일정도 앞당겨 전국을 기습한 장마가 곳곳에서 물난리를 일으켜 재해대책의 허점까지 드러낸 한주일이었다.
청와대 특명사정반의 고위공직자등 비리조사로 공무원들의 부조리가 그동안 하나둘씩 드러나 많은 사람들이 귀추를 주목해 왔었는데 드디어 지난주 이와 관련,일부 도지사와 철도청장에 대한 인사가 단행됐고 이어 전경북도지사 김상조씨가 뇌물수수등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기에 이르러 앞으로 당분간 고위공직자에 대한 검찰수사가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예년보다 4∼6일가량 빨리 시작된 올장마는 18일부터 서울 중부지방에 집중호우를 퍼부으며 남북을 오르락 내리락,전국에서 11명이 숨지고 70억원의 재산피해와 농경지 4만8백여정보가 물에 잠기는등 수해를 냈다.
이번주초인 25일께부터 또 한차례 많은 비가 내리고 이달말부터 본격 장마비가 예상되는 올장마는 엘니뇨현상으로 예년보다 1주일가량이 긴 8월초까지 계속되고 강우량도 예년에 비해 1백∼2백㎜가 더많은 6백∼1천㎜가 될 것이라고 기상대는 예보하고 있다.
특히 올장마에 대비,각종 수해방지 공사를 벌여놓은 당국은 지난 봄 느닷없는 건축자재ㆍ인력난으로 많은 공사가 중단상태에 놓여있어 가뜩이나 연례행사처럼 치르는 수해가 올해엔 인재까지 겹치게 돼 지겹고 걱정스러운 여름이 될 것같다.
공무원들의 땅투기가 심심찮게 적발돼 세인의 눈총을 받아오던 끝에 터진 전경북도지사 김상조씨 구속은 국민들의 큰 관심거리가 됐다.
21일 도지사 인사직후 송별연 자리에서 검찰에 연행된 김씨는 건축비리ㆍ인사청탁과 관련해 수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나 김씨가 그동안 구미시도시개발,선산ㆍ칠곡등지 골프장허가를 둘러싸고 부동산 투기등의 잡음이 잇따랐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검찰이 어느정도까지 공직을 이용한 부조리를 파헤칠수 있을까가 관심의 초점이다.
김씨외에도 이번 인사때 물러난 김하경 전철도청장이 검찰조사 대상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역시 국민들의 관심거리다.
이밖에 청와대 특명사정반은 그간의 활동을 통해 20∼30명 고위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등 각종비리와 관련된 혐의를 포착,관계기관에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주에는 이들에 대한 수사가 화제의 초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루한 장마를 더욱 지겹게 하는 것은 경찰의 증인보복 살해범 수사.
발생 13일째인 지금까지 검찰ㆍ경찰은 두차례의 결정적인 범인검거 기회를 놓쳤으며 연고선 추적마저 실패,수사는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검ㆍ경은 범인들이 15일 서울로 다시 잠입한 후 각각 헤어져 별도의 도피행각을 벌이고 있으며 궁지에 몰릴 경우 강도살인ㆍ인질극등을 자행할 가능성이 커 긴장하고 있으나 현재로선 수사가 목격자 신고나 제보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검이 범죄피해자ㆍ증인등에 대해 보복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서는 가중처벌하는 것등을 내용으로한 형사소송법 개정을 추진하게 된 것과 조직폭력의 돈줄등 배후를 철저히 수사,근본적인 폭력근절책등을 서두르게 된 것은 수확이라 할 수 있다.
길고 지루한 장마로 한층 지겨워질 이번 주는 공무원비리와 관련된 검찰의 수사가 관심의 초점이 될 것이며 허술한 행정당국의 수방대책에 따른 물난리사태로 또다시 부산한 1주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김종선 사회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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