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시간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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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너 건설은 미국 덴버시의 새 미식축구리그(NFL) 스타디움 공사를 수주했다. 우여곡절 끝에 3년 시한은 27개월로 줄었고 공사 착수 시점까지도 부지는 3분의 1만 확보됐을 뿐이었다. 건축허가가 났을 때 터너 측은 설계와 건설을 동시에 진행해야 데드라인에 맞출 수 있단 걸 깨달았다. 그들은 '돌아갈 배를 불태워버린' 자세로 일했고, 스타디움은 예정에 맞게 더 적은 경비로 완공됐다.

# 1999년 미 항공우주국(NASA)의 두 차례 화성 탐사는 모두 실패로 끝났다. 2001년 마르스 오디세이호의 성패는 우주 탐사의 지속 여부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었다. 그해 4월 발사 기회는 총 20일간 매일 1초씩 두 차례 있었다. 기상.장비 등 모든 여건이 맞아떨어져야 했다. 프로젝트는 자연이 정한 데드라인에 맞춰 진행됐고 오디세이호는 그해 10월 무사히 화성 궤도에 진입했다.

성공이란 찐빵처럼 한 가지 틀에 찍혀 나오는 게 아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성공에 이르는 '법칙'에 강한 유혹을 느낀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가지 비결'이라든지 '직장 내에서 살아남는 ○○가지 전략' 따위의 책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는 이유다. 서울대 입학생들로부터 '나는 이렇게 공부했다'를 듣고 싶어 하는 수험생 심정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성공은 총체적 인생뿐만 아니라 일상 업무에서도 가늠되는 것이다. 할리우드 SF나 액션물을 보라. 단 몇 시간 안에 거대한 혹성이 지구와 충돌할지 모르고 도심 한가운데 설치된 폭발물이 수십초 안에 터질 위기에 있다. 그 긴박한 한계 시점을 데드라인이라 부른다면 호쾌한 액션으로 '미션 임파서블'에 성공하는 주인공이나 마감에 맞춰 피 말린 프로젝트를 제출하는 우리나 다를 게 뭔가.

실제로 저자가 전하는 사례 중에는 일반적 성공 개념과 사뭇 다른 것도 있다. 미국 정유회사 코노코의 이틀에 걸친 허리케인 구호 활동이 그것이다. 코노코 임직원은 수해를 입은 휴스턴시에 자원봉사를 하기로 결정하고 생산 라인에 맞추듯 가옥 수백채의 복구 작업을 진행했다. 이틀치 복구가 충분한 건 아니었지만 저자는 이 또한 '성공'으로 분류한다. 시간에 맞춰 작업을 끝낼 뿐 아니라 완수한 프로젝트는 잊고 전진하는 것, 그것 역시 진정한 비즈니스맨의 자기관리라는 것이다.

커리어 세일즈 전문가인 저자 댄 캐리슨은 비현실적인 데드라인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고위경영자.팀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데드라인 성공 철학을 채집했다. 오차없는 팀워크로 납치범을 검거한 미 연방수사국(FBI), 영화 배급의 효율성을 한 단계 끌어올린 택배회사 에어본 익스프레스 등 여섯가지 사례가 소개된다. 각각에서 저자는 철저한 승부 근성과 도전 정신, 열린 제휴 자세 등을 발견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메시지는 의외로 간단하다. '마감'에 쫓기지 말고 '시간'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라. 조직 관리의 리더십을 체득하고자 하는 CEO들이 새겨들어야 할 경구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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