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대·김영광·정성룡 '태극 수문장 담금질했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의 김성수(43) 골키퍼 코치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세 명의 제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김용대(27.성남 일화), 김영광(23.전남 드래곤즈), 정성룡(21.포항 스틸러스)이었다. 세 선수 모두 핌 베어벡 감독이 뽑은 대표선수들이다.

김 코치는 '골키퍼 연금술사'로 통한다. 김용대는 1998년 청소년대표팀에서, 김영광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팀에서, 정성룡은 현 소속팀인 포항에서 김 코치의 지도를 받아 대표급으로 성장했다.

▶노력파 김영광

아테네 올림픽을 앞둔 2004년 여름. 혹독하기로 소문난 김 코치의 훈련에 올림픽팀 골키퍼들은 녹초가 됐다. 김 코치도 '이 정도면 됐다'며 끝내려는 순간 김영광이 "선생님, 슈팅 몇 개만 더 차 주세요"라고 부탁했다. 김 코치도 "너 같은 독종은 처음 봤다"며 혀를 내둘렀다.

김 코치는 "영광이는 집념과 근성으로 똘똘 뭉친 연습벌레"라고 말했다. 1m84㎝로 골키퍼로서 큰 키는 아니지만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최상급 탄력(점프력.순발력)을 유지하고 있다. 아쉬운 건 플레이의 반경이 넓지 않다는 것이다. 김 코치는 "영광이는 스피드와 탄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측면 크로스나 코너킥을 달려나와 처리할 수 있다. 그런데도 실수가 두려워 나오지 않는 건 책임회피"라고 지적했다.

▶수재형 김용대

1998년 소속팀 한일은행이 해체돼 '백수'로 있던 김 코치에게 김호곤 당시 연세대 감독이 전화를 했다. "골키퍼 한 명을 스카우트했는데 네가 좀 지도해줘야겠다." 그 선수가 김용대였다. 김 코치는 키(1m89㎝)가 크고 유연성도 뛰어난 김용대의 자질을 한눈에 알아봤다. 그래서 더 모질게 훈련을 시켰다. 그해 청소년대표팀에 김용대가 뽑혔고, 아시아청소년대회 우승을 차지하면서 부쩍 성장했다.

4년 뒤 김용대가 프로팀(부산)에 입단하면서 김 코치에게 저녁을 샀다. 김 코치가 "기회가 되면 나랑 다시 운동해야지"라고 말하자 질겁을 하면서 "선생님하고는 절대 안 할 겁니다"라고 했다. 김 코치는 "용대는 근성만 키우면 영광이보다 훨씬 더 뛰어난 골키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곰 같은 정성룡

올 4월 정성룡이 김 코치의 방을 찾아와서 "상무로 가고 싶습니다"라며 도움을 청했다. 김병지가 서울로 떠난 뒤 내심 주전 자리를 노리고 있었는데 신화용에게 주전을 빼앗겼기 때문이었다. 김 코치는 "너는 내년 베이징 올림픽에 주전 골키퍼로 뛰어야 할 선수다.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훈련이나 열심히 해라"며 야단쳤다. 그러고는 단내가 나는 훈련을 시켰다. 정성룡은 주전 자리를 찾았고, 대표팀에 선발되는 영광도 안았다.

김 코치는 정성룡을 '곰 같은 선수'라고 표현했다. 아무리 강한 슈팅도 온몸을 던져 막아낸다는 것이다. 키(1m89㎝)가 크면서도 순발력이 좋고 게임을 읽는 센스도 뛰어나다고 한다. 김 코치는 "순간순간 집중력을 잃고 멍해지는 단점만 고치면 최고의 자리에서 장수할 선수"라고 말했다.

정영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