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빼고 "대타 ~ " 승부수 또 띄울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4번 타자라도 못하면 뺀다. 이기기 위해선 확률 높은 타자를 기용한다.

2006 프로야구 삼성 PAVV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벌어진 대전구장. 김인식 한화 감독은 9회 말 2-2 상황에서 선두 김태균이 좌전안타로 출루하자 작전타임을 걸었다. 거포 이도형 대신 좌타자 김수연을 대타로 내보낸 것이다. 상대 투수 한기주의 구위를 감안하면 큰 것 한방보다는 진루타를 목표로 한점 짜내기를 택했고, 결국 1사 만루의 찬스에서 클리어의 희생플라이로 결승점을 뽑았다.

2차전이 벌어진 9일 광주구장. 역시 1-1로 팽팽하게 맞선 6회 말 2사 2루의 상황. 4번 이재주가 타석에 들어섰지만 서정환 KIA 감독은 지체 없이 대타를 불렀다. 전날 홈런을 때렸던 이재주를 빼고 홍세완을 투입한 것은 믿기 어려운 결정이었다. 홍세완은 고의 볼넷을 얻어 출루했고 결국 이현곤의 만루 홈런이 터졌다. 양팀 사령탑이 펼친 '거포 빼기 대타 작전'은 보기좋게 적중했고 팀의 승리로 이어졌다.

2차전을 마친 뒤 대전으로 이동한 한화는 10일 팀 훈련을 하지 않고 선수들이 자율 연습하도록 했다. 김인식 감독은 10일 "KIA 투수가 예상했던 대로 세다. 우리 팀의 공격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조원우와 김민재가 쳐줘야 한다"고 했다. 김 감독은 "피로할 것 같아 배팅연습을 할 선수만 나오라고 했는데 다 나왔다"면서 이기고 싶어하는 선수들의 의지를 높이 평가했다.

KIA 선수들은 10일 오후 1시부터 광주구장에서 두 시간 동안 훈련한 뒤 오후 늦게 대전에 도착했다. 서정환 감독은 "2차전에서 홍세완을 낸 것은 사실 김원섭과 승부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대타를 내보내지 않았더라면 이재주에게 강한 류현진이 이재주와 승부했을 것이다. 5회부터 류현진의 구위가 떨어진 것을 보고 홍세완을 내보내면 승부를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KIA는 불펜 총동원령을 내렸다. 3차전(11일 오후 6시)에서 지면 어차피 마지막 경기이므로 가능한 선수를 모두 내보낸다는 각오다. 서 감독은 "3차전 타순은 2차전과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은 표가 모두 매진됐고, 양팀 감독의 초강수 승부로 짜릿한 승부가 펼쳐졌다.

성백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