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비아 전통혼례 가르쳐 AIDS퇴치(지구촌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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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남편정조 지키는 방법」교육/“성욕구 막겠나… ”일부선 회의
「아프리카 AIDS의 진원지」 잠비아는 AIDS퇴치를 위해 최근 건전한 결혼생활의 지혜를 알려주는 전통의식 부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60여년전까지 주로 결혼을 앞둔 미혼여성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던 「전통결혼입문식」이 최근들어 북부고원의 벰바지방을 중심으로 되살려지기 시작,곧 전농촌지역으로 확산되고있다.
「므부사」라고 불리는 성스러운 동물 진흙인형과 신화속의 상징물들로 엄숙하게 꾸며진 교육실에서 마을의 존장이나 「전문강사」들에 의해 행해지는 이결혼입문식은 남편의 정조를 유지하는 방법,남편을 즐겁게 해주는 춤과 노래등을 가르치는 내용으로 돼있다.
이는 주로 남자들의 무분별한 외도나 서양식 난교등에 의해 AIDS가 퍼져나가기 때문에 남편의 정조를 지키는 것이 AIDS퇴치의 첫걸음이라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동북부 차코베지방의 경우 이 결혼입문식은 거의 한달동안에 걸쳐 철저히 시행되고 있다.
AIDS가 처음 차코베지방에 파급되어 들어온 것은 3년전인 지난 87년.
그후 조금씩 환자숫자가 불어나 최근들어선 주위 지방으로까지 AIDS가 매개되는등 사정이 악화되고 있다.
이 지방은 오랫동안 도회지에 나가 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고향에 돌아와 시름시름 앓다 죽어가는 것은 이제 흔한 풍경이 돼버렸다.
차코베지방에서는 AIDS가 여러사람과 성관계를 가짐으로써 옮겨진다는 일반적인 인식이외에도 AIDS는 무엇엔가 홀린 사람에게 잘 감염된다는 속설이 널리 퍼져있다.
더욱이 AIDS에는 치료약이 없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이를 실제로 믿는 사람은 의외로 매우 적다. 이에 따라 민간요법을 찾는 사람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 무허가 의료기관이 곳곳에서 성업중이다.
서구사회에서와는 달리 아프리카에서는 주로 이성간의 성관계에 의해 AIDS가 옮겨진다.
그 결과 남녀 환자비율이 비슷하고 농촌보다는 도시에 환자가 몰려 있다.
그러나 차코베지방처럼 도시로부터 멀리 떨어진 농촌지방이라 하더라도 도시방문객들의 방문이 증가하면서 이들이 남기고간 불결한 자취로 인해 도시와 같이 심한 AIDS몸살을 앓게 됐다.
AIDS창궐이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자 마을 촌로들을 중심으로 부락단위의 AIDS대책수립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차코베지방의 마을회의에서는 오랫동안 사장돼왔던 결혼입문식제도를 도입,젊은 남녀들의 무분별한 성적 욕구를 절제하는 방안을 찾기로 결정했다.
철저한 공동관리에 의한 입문식제도실시이후 차코베지방의 AIDS환자수가 다소 감소되는 등 실효를 거두자 주변 지방에서도 앞다투어 이 제도를 부활해 적극적인 「성문화정화작업」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전통의식의 실효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도 적지않다.
우선 잠비아는 전통적으로 잡혼과 난혼이 성행해왔던 성문화로 인해 남녀간의 성행위가 아직도 스스럼없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여기에 서구의 대담한 「성유희문화」가 흘러들어 오면서 젊은 남녀의 성적욕망이 제어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러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혼입문식같은 소극적인 방법으로 젊은이들의 욕구를 효과적으로 가라앉힐 수 있겠느냐는 주장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결한 주거환경과 열악한 경제상황,빈약한 의료수준하에서 현실적 대안이 없다는 점과 가시적 「정화작용」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때문에 이 특이한 결혼전 교육의식은 점점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성문화가 제자리를 찾지못한다면 잠비아는 5년내에 빈땅이 될 것』이라는 차코베지방의 한 촌로의 말은 잠비아국민들이 이 전통의식에 걸고 있는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진세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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