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선두지휘 김건호 건설기획관(일요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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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베드타운 안될테니 믿어주세요/“서민용 부족”에 “복안있습니다”/“주택난 심각 서둘 수 밖에 없어”
작년 4월 분당과 일산에 신도시를 세우겠다는 정부발표가 있은 지 1년2개월이 지났다. 그후 수많은 논란을 거치면서 작년말 분당에서 첫 분양이 이루어졌으며 올들어 대규모 분양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상당수의 사람들은 신도시 건설이 장기적인 플랜없이 임시방편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지 못하고 있으며 그로인해 신도시에서 내집을 마련하겠다는 서민들의 꿈은 쉽게 영글지 못하고 있다.
신도시 건설의 총책을 맡고 있는 건설부 김건호신도시건설기획관(국장급)으로부터 신도시의 현재와 미래를 들어보았다.
­최근 신도시아파트에 채권입찰제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 알려지면서 많은 수요자들이 또한번 큰 혼란을 겪었습니다. 결국 백지화로 결론이 나긴 했지만 뒷맛은 매우 씁쓸합니다.
▲주무부처인 건설부와는 공식적으로 거론된 바 없는 그같은 방침이 일부 부처를 통해 알려짐으로써 혼선을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진실로 죄송한 마음 가집니다.
채권입찰제는 그동안 시행해온 결과 득도 있었지만 실도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문제점이 있는 만큼,특히 실수요자들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점에서 채권입찰제문제는 신중해야 된다고 봅니다.
어쨌든 현재와 같이 입주전 전매금지조치가 있어 투기수요자들이 차단되는 상황에선 채권입찰제를 더이상 확대하지 않을 겁니다.
­요즘 각종 건설현장은 건자재및 인력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신도시 건설이 예정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요.
▲신도시사업은 심각한 국면에 이른 서울의 주택난 해소를 위해 추진되는 것으로 다른 어떤 공사보다도 우선돼야 한다는 게 정부 생각입니다.
따라서 당초 일정대로 주택공급이 이루어진다고 믿어도 좋습니다.
­이번 평촌ㆍ산본지구 분양등 지금까지 신도시에서 세차례의 분양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엄청난 신청자가 몰리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어떻게 분석하고 있습니까.
▲작년말 분양가 상한선 규제를 풀기 전까지 87년 올림픽패밀리 아파트분양이후 서울에서 민영아파트분양은 사실상 중단됐었습니다. 그러나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청약예금이나 청약저축에 가입한 사람은 수도권만 볼때 1백30만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다시말해 그동안 밀려있던 수요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지요.
­신도시정책이 성공하려면 주변도시,특히 서울과의 교통망 확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합니다.
▲어느 도시든 형성초기에는 교통에 다소간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분당의 경우 92년말까지 탄천변 고속화도로,분당∼양재간 도시고속도로를 비롯해 모두 79㎞에 달하는 도로가 신설 또는 확장됩니다.
일산은 성산대교와 일산간 도시고속도로등 7개 노선 47㎞가 역시 92년말까지 완공되며 평촌ㆍ산본ㆍ중동의 경우도 94년말까지 판교∼안양∼중동∼일산을 연결하는 수도권외곽 순환고속도로(52㎞)가 건설되면 지역간 교통난은 크게 해소될 것으로 봅니다.
여기다 분당∼수서간 17.2㎞와 사당∼금정간 15.8㎞의 전철공사가 92년말까지 끝나고 일산∼구파발간 전철도 93년까지 놓이게 됩니다.
­교통만큼 중요한 게 교육시설인데 문교부에서는 신도시내 학교부지값이 너무 비싸 학교건립이 어렵다고 하더군요.
▲우리같은 여건에선 좋은 학교를 유치하지 못하고는 신도시가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압니다.
현재 학교용지는 국민학교의 경우 조성원가의 70%,중ㆍ고등학교는 조성원가만을 받고 공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명문사학을 유치하기 위해 부지대금을 무이자,장기분할방식으로 받는등 보다 싸게 공급하는 방안을 계속 마련중에 있습니다.
어쨌든 분당의 내년 9월 첫 입주에 맞춰 국민학교 2개,중ㆍ고등학교 각 1개등 모두 4개의 학교는 약속대로 세워질 것입니다.
­쾌적한 주거환경과 관련해 각종 소음문제도 현안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분당의 경우 인근의 서울비행장으로 인해 소음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듣고 있습니다. 이를 고려해 주거단지는 소음지역을 최대한 피하고 있으며 실제로 지난 2월 전문기관에 의뢰,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주거단지내에서의 비행기 소음은 국제민간항공기구가 제시하는 기준치이하로 나타났습니다.
신도시내 기타 고속도로나 산업도로에 접한 지역에는 나무를 많이 심거나 방음벽을 설치,소음피해를 최대한 줄일 계획입니다.
­신도시를 비판하는 사람중에는 주택규모가 너무 크다고 말합니다.
▲도시개발 초기에는 교통등 기반시설이 취약하므로 차라도 굴리는 사람들이 입주하는 게 불편이 적고 어느정도 틀이 잡히면 자연히 저소득층들도 들어와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질 것이라는 판단에서 규모가 다소 큰 집들이 많이 들어선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신도시 전체를 놓고 볼때 전용면적 25.7평을 초과하는 주택은 30%에 불과하고 18평이하를 25%,18∼25.7평은 45%의 비율에 맞춘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도시 사람들이 모두 서울로 출ㆍ퇴근한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도시내에 많은 정부기관과 민간기업을 유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전적으로 동갑입니다. 그래서 그 도시내에서 생활이 가능하도록 자족기능을 확충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분당의 경우는 정보및 금융산업,일산은 국제업무및 출판문화ㆍ통일업무,평촌및 산본ㆍ중동은 인근의 안양과 군포ㆍ부천의 행정기관을 재배치함으로써 충분한 일터를 제공할 생각입니다.
실제로 분당에 입주하기를 희망하는 기관은 특허청ㆍ한국가스공사ㆍ환경관리공단 등 1백28개에 달하며 일산 역시 무역진흥공사ㆍ법원공무원교육원 등 다수가 있습니다.
­동경근교의 다마신도시는 계획인구의 절반인 14만명을 입주시키는데 25년이 걸렸는데 우리의 경우는 너무 속도가 빠른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요. 그러나 수도서울의 주택문제는 그렇게 많은 시간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외국의 예를 면밀히 검토하고 관계부처와의 협조도 최대한 얻어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심상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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