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범추적 검찰 따로 경찰 따로/허점투성이 합동공조수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수배과정부터 신원 잘못 파악/“범인 놓친뒤 지원요청”“허위보고”공방/공범압송중 검·경간부 길에서 승강이도
서울 동부지원앞 증인피살사건은 범죄신고·법정증언자의 신변안전에 관한 문제 이외에도 이른바 「합동수사」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다시 드러내고 있다.
검찰·경찰의 잦은 의견충돌과 마찰,「졸속」이 빚은 엉터리 용의자 신원파악,관할권 다툼,공세우기 등.
매끄러운 공조수사까지는 안되더라도 이같은 허점 투성이의 병폐는 고쳐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두 수사기관의 첫 마찰은 14일 서울 동부지청 수사관들이 범인들 은신처인 포천보량식품을 덮치던 날 일어났다.
검찰은 범인들을 놓치고 돌아온뒤 「오후5시 현장도착,5시30분 범인를 뒷산도주(조유근은 검거),곧바로 경찰병력지원요청·수색돌입」으로 발표.
그러나 경찰은 『검찰이 오후4시 현장을 어설프게 덮쳤다가 놓치자 1시간30분이나 지난뒤에 지원요청을 했다』며 『이때문에 병력배치 완료시간은 범인들이 달아나 버린 오후9시30분』이라고 불평했다.
경찰은 또 『검찰이 조유근으로부터 「범인들 있는 곳을 안다. 자수시켜보겠다」는 제보를 받은뒤 은신처를 덮쳐 오히려 조만 여행했다』며 『공을 세우려 제보사실을 감추고 있다』고 비난했으나 검찰은 이를 일축했다.
『범인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무기도 없이 5명만 갔었겠느냐』는 것.
검찰 관계자는 『이같은 경찰측 보고를 듣고 「허위보고」라고 강력히 항의,경찰고위간부로부터 사과를 받아내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검거된 조가 14일 오후1시 범인들과 포천에 도착해 숨어있다 붙잡혔다고 밝혔으나 보량식품 종업원들은 『14일 아침 출근해보니 범인들이 공장안에 있었다』고 엇갈리게 진술해 개운치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15일 오후 보량식품공장안에서 범인 선계형(24)이 자수한뒤 검찰과 경찰은 낮뜨거운 승강이를 벌였다.
현장에 있던 서울지검 의정부지청 윤모검사가 선을 지청으로 압송중 포천∼의정부경계지역 검문소 앞길에서 경기도경 모간부가 승용차로 윤검사의 차를 가로막았다.
경찰간부는 『관할 포천서에서 수사해야한다』며 범인인도를 요청했고 윤검사는 『검찰수사가 우선』이라고 맞서 20분간 노상 승강이끝에 기어이 검찰행을 강행했다가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서울지검 동부지청 간부의 조정으로 선은 오후5시 경찰로 다시 넘겨졌다.
경찰관계자는 『범인검거역을 맡은 경찰에 애초 범인을 넘겼으면 나머지 일당의 도주경로·은신 예상지 등을 보다 더 신속히 파악,배치된 병력에 무전으로 알려줘 수색작전을 도울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경찰은 선의 자수후 『포천서직원 2명이 공장안순시중 옥상에 은신중인 범인을 발견,권총을 겨누고 검거했다』고 상부에 허위보고해 관계자들을 어리둥절케했다.
윤검사의 보고는 『공장안팎을 둘러보던중 옥상 슬레이트에 숨어있던 범인이 「검사님,자수해도 됩니까」라고 물은뒤 자수의사를 밝혀 그가 알려준 복잡한 통로로 옥상에 올라가 연행했다』고 돼있다.
이번사건 수사중 가장 큰 실수는 범인3명을 수배하는 과정에서 엉뚱한 사람을 지목,범인으로 발표한것.
고위층과 상부의 잇따른 엄단지시에 따라 부랴부랴 수배전단을 만들려던 경찰은 검거된 조가 불확실하게 알려준 범인들의 이름과 나이·고향을 토대로 주민등록을 파악,비슷한 사람들을 골라냈다.
이름·주소는 물론 사진까지 언론사에 제공돼 15일 보도됐으나 3명중 김계영씨는 서울대 대학원생으로 전혀 범행과 관련없는 인물로 밝혀졌으며 강대련씨도 실제 이름이 김대현인 엉뚱한 사람으로 판명됐다.
김씨는 자신의 사진이 신문에 범인으로 보도되자 크게 당황,언론사에 항의했으나 어쨌든 큰 명예훼손을 당한 셈이 됐으며 조금만 늦었으면 수배전단에까지 올라 전국에 지명수배될뻔 했다.
이에대해 경찰은 『설마 엉터리 이름을 댔을줄은 몰랐다』고 어설픈 변명.
한편 동화파 일당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때문에 서울 신정·강남·강동경찰서 등에서 각각 수배돼 추적을 받고있으나 이들 경찰서가 각각 「자력검거」에 혈안이 돼있어 타 경찰서와의 정보교환등 공조체제에 의한 검거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김석현·고대훈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