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도동 조찬/YS,민정계와 왜 접촉잦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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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젠 한식구”… 2인자로 입장토로/JPㆍ박최고위원측에선 예의 주시
『김영삼대표최고위원과 함께 아침식사를.』
요즘 「상도동조찬 초청장」이 민자당내부에서 은근한 관심의 표적이 되고 있다.
김대표최고위원(YS)이 당내 민정계중진급의원들을 한 사람씩 상도동자택으로 불러 둘만의 아침식사자리를 갖는 상도동 조찬은 누가 대상인지 대화내용이 무엇인지 민자당내 각계파에서 촉각을 세우고 있다.
5월전당대회이후 이춘구의원(구 민정총장ㆍ5월24일)을 부른것을 시작으로 이제까지 이민섭 (대변인 역임) 정순덕 (총장역임) 김용태 (국회재무위원장 역임) 서정화의원 (전내무장관)이 다녀갔고 8일 아침엔 이한동의원이 방문했으며 9일로 예정했다가 청와대최고위원조찬때문에 연기됐던 이종찬의원은 11일 상도동을 다녀갔다.
○…상도동 조찬의 화제는 현안을 가볍게 거론하면서 당의 단합으로 옮겨가는 것이 통상 코스. 대개 1시간∼1시간30분정도 계속되는 식사는 우유 한잔ㆍ국 한그릇ㆍ과일 한접시(상대방엔 달걀 반숙)등 이른바 상도동식소찬.
김대표는 『전당대회전까지 잡음이 많았지만 어려움을 이기고 결속돼가고 있어 다행스럽다』는 말을 시작으로 『민자당이 안정돼야 정국이 안정된다』 『이젠 한몸이 됐다』 『노대통령이 잘돼야 나도 잘된다』며 계파초월을 역설하고 여권 제2인자로서의 입장을 토로한다는 것.
초청받은 사람들에 따르면 『특별한 이슈가 없었고 부담되는 문제는 김대표가 꺼내지 않았다』 『「합당을 하지 않았으면 지금 나라꼴이 어떻게 되었겠느냐」는 원론적인 수준의 얘기만 나눴다』는 것.
김대표는 『개인적으로 내가 착안하지 못한 대목이 있으면 지적하고 도와달라』고 분위기를 잡으면 이들은 통합이후 한때 고조됐던 계파갈등에 대한 시각,김대표에 대한 요망사항을 조심스럽게 전달.
이종찬ㆍ정순덕의원은 『야당시절엔 어떤 이슈가 터지면 즉각 대응하는 행동적 스타일이 중요하나 여당은 혼자 몸이 아니라 정부측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한템포 느릴 수 밖에 없다고 얘기했다』고 소개.
이에 김대표도 『나도 그점을 절실하게 느낀다』며 여당식 인내의 필요성을 시인.
김용태의원은 『여당은 「안정희구세력」의 존재를 염두에 둬야하며 이를 외면해선 안된다』고 했더니 김대표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
이민섭의원과 만났을때 김대표는 당시 「내각제합의문」공개로 당에 미치는 파문을 차단하려는 듯 『지금 내각제문제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하는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
이의원이 『요즘 대표위원이 노대통령에게 의전상 깍듯함을 보인게 민정계내부에서 호평을 얻고 있다』고 하자 김대표는 『그러냐』고 반색.
이한동의원과의 대화도중 김대표는 『종교가 있느냐』고 묻고는 이의원에게 『나라발전을 위해 기도하자』고 함께 기도.
이춘구의원에겐 김대표는 『노대통령과 만났더니 「민정계 의원과도 만나라」는 권유가 있었다』는 얘기를 했고 이의원의 딸결혼얘기도 거론.
11일 김대표와 만난 이종찬의원은 그의 공무경험 및 독자적 입장을 살려 『정치의 중심이 국회가 돼야하며 현안이 있을 때마다 상임위를 열어야한다』 『국회중심이 곧 당중심이 되는 것』이라고 국회중심론을 개진했는데 원내총무 5선경력의 김대표도 공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YS가 이런 자리마련을 구상한 것은 통합직후였으나 박철언발언파동을 겪으면서 미뤄졌다가 전당대회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실천에 옮겼다는게 측근들의 설명.
김대표의 측근인 황병태의원은 『그의 포용력의 한 측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는데 일각에선 김대표의 장기 포석으로도 해석.
이 때문에 노대통령으로부터 민정계의 「대부」역할을 하라는 지시를 받은 박태준최고위원이나 김종필최고위원측에선 예의 주시하는 눈치.
이들 의원들은 상도동에 갔다오면 박최고위원에게 「신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데 측근들은 『대표로서 있을 수 있는 일 아니냐』고 하면서도 『무슨 얘기를 했느냐』고 관심.
김종필최고위원쪽에서도 『상도동조찬이 언제까지 계속되느냐,공화계도 대상이냐』고 은근히 견제.
민정계 일부의원들은 『혹시 지역구 활동비를 김대표가 주지않더냐』고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김대표로부터의 활동비는 일체 없다는 것.<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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