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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싶은 벤처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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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사면초가(四面楚歌).'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8일 '벤처 애로요인 및 재도약 과제' 보고서에서 국내 벤처기업들의 처지를 이렇게 표현했다. 벤처기업들이 자금.판로.기술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총체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심각한 것은 자금난. 국내 벤처캐피탈의 창업 초기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은 지난해 14%에 불과했다. 미국(21%) 수준을 훨씬 밑돈다. 벤처캐피탈 시장의 역사가 짧은 데다 기술.성장성 등을 평가하는 시스템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신생 기업에 대한 투자를 꺼리기 때문이다.

인수.합병(M&A) 시장이 활성화돼 있지 못해 투자금 회수가 쉽지 않은 것도 걸림돌로 지적됐다. 국내 M&A 시장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2.1%,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2.9%로 미국(7.6%, 6.9%)에 크게 못미쳤다.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 역시 벤처기업에게 압박이 되고 있다. 벤처기업 매출 중 대기업 비중은 전체의 45.5%로, 중소기업(17.8%)이나 일반 소비자(14.5%)보다 훨씬 컸다. 대기업 비중이 워낙 높다 보니 벤처기업들은 대기업과의 거래에서 일방적 납품단가 인하요구(32.2%), 촉박한 납기일(19.0%), 지나친 품질수준 요구(18.0%) 등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로 나가기도 쉽지 않다. 자금 부족(29.8%)과 우수파트너 발굴 애로(27.5%) 등이 해외진출의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벤처캐피탈 시장의 자생력 강화 ▶장기 자금 공급 확대 ▶불공정 하도급 거래에 대한 직권 조사 강화 ▶우수 벤처에 대한 시장개척 지원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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