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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피천에 펄떡 펄떡… 연어가 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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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왕피천에 연어가 돌아오고 있다. 22일 오전 9시 동해 바다와 맞닿은 경북 울진군 근남면 행곡리 왕피천 하류. 경북도 수산자원개발연구소 민물고기연구센터 직원 다섯명이 강 한가운데 그물을 쳐둔 연어 포획장으로 가슴까지 오는 장화를 신고 들어섰다.

산란을 위해 바다에서 강으로 거슬러 오른 연어를 잡기 위해서다. 어른 팔뚝 크기의 연어들이 인기척에 놀라 퍼덕거리기 시작했다. 3~4년전 왕피천을 떠나 캄차카반도와 알래스카 등 1만6천㎞를 거쳐 간밤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연어들이다.

직원들은 노련한 솜씨로 그물을 좁혀 갔다. 이날 잡힌 연어는 모두 60여마리. 포획은 12일째. 올 들어 가장 많은 연어가 잡혔다. 이제 주둥이를 보고 암수를 구분할 차례. 직원들이 연어를 한마리씩 붙잡아 올리는 힘든 작업이다. 연어는 잡히지 않으려고 엄청난 힘으로 물을 튀기며 몸부림을 쳤다. 어른이 아니고는 도저히 잡을 수 없는 힘이다.

암수 분류가 끝난 연어는 물가 인공수정 장소로 옮겨진다. 여기서 연어는 최후를 맞았다.

나무망치로 머리를 때려 기절시킨 뒤 암컷의 배를 갈라 알을 꺼낸다. 콩알 만한 주황빛 알 수천개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7마리씩 채란이 끝나면 이번엔 알 위로 수컷의 정액을 뿌린다. 이것으로 인공수정은 끝. 이 과정은 채 1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지나던 사람들이 이 모습을 지켜보며 안색이 어두워졌다.

인공수정을 지휘하던 지상철(37.수산7급)씨는 "연어는 산란이 일생의 목적"이라며 "자연 상태에서도 산란을 마치면 죽는다"고 애써 설명했다.

인공수정은 안전하게 더많은 2세를 남기는 방법이라는 것.

그는 민물로 올라온 연어는 바다에서 잡은 연어와 달리 회(膾)로 먹으면 안된다는 상식도 곁들였다. 익히지 않고 먹을 경우 독성 때문에 식중독에 걸릴 수 있다는 것.

동해안의 연어 회귀는 울진과 양양 등지에서 해마다 이때쯤 시작해 11월말까지 계속된다. 민물고기연구센터는 올해 왕피천과 남대천 등 5곳에서 5천여마리를 잡아 인공 수정과 부화를 거쳐 내년 2월 2백50만마리의 치어(5~7㎝)를 방류할 계획이다. 연어 자원을 늘리기 위해서다. 센터는 이 기간중 연어잡기 체험도 제공한다.

송의호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 50~80㎝크기 무게2~7㎏

◇연어=냉수성 어류로 동해안과 일본·알래스카·캐나다 등 북태평양에 7종이 분포한다. 우리나라에 회유하는 어종은 참연어로 어미의 크기는 50∼80㎝, 무게는 2∼7㎏이다. 다른 어류와 달리 모천으로 회귀하는 특성이 있다. 바다에서 자라 어미가 된 뒤 산란기가 되면 자기가 태어난 하천으로 돌아와 3천여개의 알을 낳은 뒤 일생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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