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주가 저평가' 심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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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우리 기업의 주가가 선진국에 비해 저평가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가치에 비해 주가가 낮은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23일 증권거래소가 사상 처음 발표한 코스피200 종목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07배로 미국의 4분의 1에도 못 미쳤다. 또 국내 상장기업 6백21개사(관리종목 제외) 가운데 PBR가 1에 못 미치는 종목이 4백90개(78.9%)에 달했다.

PBR는 주가를 주당 순자산가치로 나눈 값으로, 낮을수록 주가가 기업 자산가치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는 의미다.

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POSCO 등 시가총액 상위 업종대표주로 구성된 코스피200 종목의 PBR는 지난 22일 현재 1.07로 나타났다.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의 블루칩 30종목으로 구성된 다우지수의 PBR는 4.35에 달한다. 한.미 기업들이 똑같은 재산을 갖고 있더라도 미국 기업의 주가가 네배가량 높게 형성돼 있는 것이다.

또 홍콩 항셍지수는 2.69,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지수는 2.34로 우리의 두배를 넘는다. 장기 불황으로 몸살을 앓아온 일본 닛케이지수도 1.5로 우리보다 높았다.

업종별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삼성전자 등 전기.전자의 PBR가 그나마 1.75로 가장 높았고, 부가가치가 높은 통신(1.44)과 서비스(1.33)업종 순으로 높았다. 반면 부가가치가 낮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없어 외국인들이 외면하는 어업.광업.섬유의복 등 전통 산업과 건설업의 PBR는 낮았다.

거래소는 그동안 기업의 주가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로 주가수익비율(PER) 등 수익성 관련 지표만 발표해왔다.

그러나 최근 국내 증시가 국제화되면서 기업의 자산가치 측면에서 주가수준을 판단할 수 있는 PBR가 중요한 투자 지표로 떠오름에 따라 공식 통계로 발표하는 것이다.

정경수 정보통계부장은 "선진국에서 PBR는 투자지표 외에도 벤처기업의 신규 상장이나 기업 합병은 물론 주식.채권 등 유가증권 발행.인수 업무에서 기업 가치평가를 위한 지표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경제연구소 김영익 투자전략실장은 "PBR의 공식 발표를 계기로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주식 수요가 늘어나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金실장은 "국내 기업의 주가가 낮은 것은 북핵 문제, 노사 갈등, 불투명한 재무제표 등 불안요인이 크고 기업의 배당이 적기 때문"이라며 "배당소득세를 낮춰 배당만 늘어나도 주가 저평가 현상이 상당히 해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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