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종지부”… 5천여 취재진 집결/미소정상 워싱턴서 만나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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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바버라ㆍ라이사 여대연설 “대결”/고르바초프 국제관계 새 방향 결정할 것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은 30일 오후(현지시간) 조지 부시 미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 근교의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함으로써 방미일정을 시작.
고르바초프대통령 일행을 태운 일류신­62기가 도착하자 활주로까지 영접 나온 베이커 미국무장관은 고르바초프에게 세계의 관심이 이번 정상회담에 집중되고 있으며 미국과 소련양국은 냉전뿐만 아니라 이에 따른 분쟁을 극복할 책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커장관은 『이를 위해 독일통일과 유럽의 안정을 확보해야 하며 지역분쟁을 해결하고 핵무기와 화학무기,재래식 무기의 감축을 통해 전쟁의 위험도 제거해야 한다. 또한 우리는 소련국내에서 민주주의를 향한 움직임이 계속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소련대사관에 묵어
이에 대해 고르바초프는 『부시대통령과의 4일간에 걸친 정상회담 결과는 미소뿐만 아니라 더 큰 규모에서 사태의 진행방향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응답.
역사적인 미소 정상회담이 31일 오후 11시30분(한국시간)부터 워싱턴에서 열린다.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은 이날 오전 7시30분(한국시간) 캐나다로부터 워싱턴근교의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그의 방미일정을 시작했다.
부시 미국대통령도 4일간의 주말휴가에서 돌아온 직후인 29일부터 정상회담 최종준비작업에 돌입,백악관 보좌관들과 일련의 회담을 가진데 이어 30일에도 콜 서독총리ㆍ멀로니 캐나다총리 등과 전화로 의견을 교환했으며 측근들과 만나 정상회담 전략을 마무리지었다.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 부처가 묵게될 워싱턴시내 소련대사관저 일대는 그의 도착 하루전인 29일 오후 7시부터 일반의 통행이 차단됐다.
○레이건과 4일 만나
불과 3주일전에 부임한 베스메르트니흐 주미 소련대사는 관저에 입주도 못한채 고르바초프 부처를 맞았다.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의 부인 라이사여사는 이번 미국 방문기간 동안 바버라여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관계자들은 부인들의 관심사가 문학과 어린이 복지문제로 서로 비슷해 별 마찰없이 지낼 것으로 예상하면서 경쟁관계였던 과거 라이사­낸시여사와의 관계와 비교.
바버라여사는 지난 87년 12월 워싱턴과 88년 12월 뉴욕에서 이미 두차례 라이사여사를 만난 적이 있으나 퍼스트레이디 자격으로 대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
그러나 1일로 일정이 잡혀있는 웰리슬레이 여자대학에서의 연설대결은 피할 수 없어 결국 퍼스트레이디간의 「승패」는 누가 얼마나 좋은 내용의 연설을 얼마나 매끈하게 하느냐에 달려있는 셈.
○…고르바초프대통령은 워싱턴에서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4일 샌프란시스코 소련영사관에서 레이건 전대통령과 만나 아침식사를 같이할 예정이라고 레이건측이 발표.
○현지에도 스튜디오
고르바초프대통령의 초청형식으로 마련되는 이 자리에는 과거 라이사 여사를 혹평하는등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온 낸시여사도 동석할 예정.
과거 소련을 「악마의 제국」으로 매도했던 레이건은 최근에도 발트해 3국이 자신의 의사와는 달리 크렘린의 지배를 받아오고 있다고 계속 비난했으나 고르바초프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에는 비난을 자제하고 있다.
레이건은 건강상태가 좋지않아 당분간 충분한 휴식을 취하라는 의사의 권고를 받고 있지만 초청자가 고르바초프여서 쾌히 응하는 한편 재직당시의 불편한 관계를 청산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측근들이 설명.
○…미소 정상회담을 앞두고 당사국인 미소는 물론 세계 50여개국의 보도진 5천여명이 워싱턴으로 모여들어 치열한 취재경쟁을 펴고있다.
특히 미국의 3대 TV네트워크인 ABC의 피터 제닝스,CBS의 댄 래더,NBC의 톰 브로코 등 간판 앵커맨들이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스튜디오를 아예 뉴욕에서 워싱턴으로 옮겨 현장감있게 뉴스를 보도할 예정.
대부분의 TV방송국들은 고르바초프대통령이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생중계를 하는등 이번 정상회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중.○성급한 기대는 금물
○…급변하는 국제정세를 배경으로 열리는 이번 회담에서 큰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일부의 예상이 나오고 있으나 미국측은 여러문제에 관해 견해차가 있으며 이런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같은 성급한 기대에 주의를 촉구.
미국측의 한 관계자는 고르바초프대통령이 국내에서는 막강한 권력을 장악했지만 동시다발로 일어나는 국내의 산적한 난제들을 무리없이 풀어 나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고르바초프의 실각을 고려,그에게 너무 많은 비중을 두어서는 안된다는 비판론을 제기하기도.
○강압정책 격렬 비난
○…미소 정상회담에 앞서 30일 고르바초프대통령이 캐나다에 머무르는 동안 리투아니아등 발트해 3국 출신 캐나다인 1천여명은 오타와의 국회의사당 앞에서 반고르바초프 시위를 벌이며 소련의 강압정책을 격렬히 비난.
이들은 『발트해 3국은 소련의 식민지』『크레믈린은 탄압을 즉각 중지하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흔들며 고르바초프의 사임과 경제봉쇄 중지를 촉구.
멀로니 캐나다총리와 회담을 마치고 나오던 고르바초프는 시위대와 맞닥뜨리자 황급히 리무진을 타고 현장을 떠나 별다른 충돌은 없었는데 시위대들은 워싱턴에서의 대규모 연합시위에 동참키 위해 버스등을 전세내 고르바초프를 뒤따라 단체로 미국 출정에 나서기도 했다.【워싱턴=외신종합】
□미소 정상회담 체결될 협정요지
▲화학무기 금지협정=미소 양국이 독가스와 신경가스 등 모든 화학무기의 생산을 종결하며 전세계적 생산금지가 이루어질 때까지 쌍방이 각기 5천t의 화학무기만을 유지하고 나머지는 모두 폐기.
▲핵실험제한 의정서=핵실험의 제한에 관한 기존 협정들을 속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의정서.
▲항공협정=미소의 현 민항항로에 미국의 4개 도시와 소련의 6개 도시를 추가해 민항을 확대하며 양국간의 정기 화물기 운항을 개시.
▲핵에너지 협정=원자로의 안전과 핵융합 에너지 및 기본 원자과학에 있어서의 보다 긴밀한 협조를 위한 5년간의 새로운 쌍무 핵에너지 협정.
▲곡물협정=소련이 미국의 곡물을 더많이 구입할 것을 규정한 91년 1월1일 발효의 곡물협정.
▲해상운송협정=미소의 상용선박이 서로 상대방의 항구에 물품을 운송하는 것을 보다 용의하게 하는 해상수송협정.
▲문화센터개설협정=워싱턴과 모스크바에 서로 하나씩의 문화ㆍ공보센터를 개설.
▲학생교류협정=양국간의 학생교류를 증가하기 위한 최초의 정부간 협정. 이는 오는 95년까지의 교류목표를 각기 1천명으로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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