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배 한국선수단이 베이징(北京)에서 큰 화제다.평균 나이 21세,게다가 박지은4단이란 여자선수까지 한명 끼어있다.여류기사가 국가대표로 선발된 것은 한중일을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사상최연소 팀에 사상 최초의 여류기사까지 포함된 이 팀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모두들 궁금해한다.
한국은 지금까지 12번의 단체전에서 11번 우승했고 농심신라면배에선 4연속 우승을 거두고 있다. 말하자면 단체전 무적이다. 그러나 원성진(18)5단.박지은(21)4단.홍민표(20)3단.허영호(18)2단.이창호(28)9단으로 이어지는 5명의 전력은 너무도 낯설고 허술해 보인다. 제아무리 신화로 점철된 한국바둑이지만 과연 이 팀으로도 우승을 일궈낼 수 있을 것인가.
대국이 열리고 있는 베이징에선 홍일점 박지은4단에 대한 관심과 함께 중국바둑이 우승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다는 분위기다. 중국은 전야제 때 신문과 방송 등 50여명의 기자가 몰려들어 삼성화재배 승전의 흥분을 이어갔다. 1주일 전 부산에서 열린 삼성화재배 8강전에서 중국의 신예들이 한국의 양웅 이창호9단과 이세돌9단을 격파했는데 중국 대륙은 이 승전보에 뜨겁게 달아올랐고 드디어 중국의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때마침 한국은 농심배에서 조훈현.유창혁.이세돌은 물론이고 후지쓰배 준우승자 송태곤5단, 신예대회 챔피언 조한승6단, 다승.승률 1위 최철한5단, 삼성화재배 4강 박영훈4단 등이 모두 빠져버린 역대 최약체의 팀을 이끌고 베이징에 나타났다.
이에 반해 20대가 주축인 중국 선수들은 역대 최강이라 할 만한 진용이다. 중국랭킹 1위 구리(古力)7단, 랭킹3위 저우허양(周鶴洋)9단, 이세돌을 꺾어 중국의 바둑 영웅으로 떠오른 후야오위(胡耀宇)7단, 중국리그 개인1위 왕레이(王磊)8단, 랭킹4위 위빈(兪斌)9단등 최강의 멤버들이 예선전을 통과한 것이다. 중국이 모처럼 회심의 미소를 흘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일본팀은 한국에 비하면 할아버지 팀이다. 린하이펑(林海峯)9단.가토 마사오(加藤正夫)9단.고바야시 고이치(小林光一)9단이 왕년의 명장이라지만 50대를 넘어섰고 여기에 유시훈9단과 장쉬(張)9단 등 젊은층이 합류했는데 평균 나이가 무려 45세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지만 이 팀으로 우승을 바라보기란 일단 불가능해 보인다.
한국은 어쩌다 그렇게 특이한 팀이 구성되었을까. 사실은 예선전에서 실력대결로 만들어진 팀이다. 조훈현9단은 홍민표에게 져 탈락했고 유창혁9단은 허영호에게 패배했다. 이세돌9단은 불참했고 서봉수9단.송태곤5단.박영훈5단 등도 모두 예선전의 제물이 됐다.
아무튼 이창호9단은 한국팀에서 가장 연장자이고 주장이다. 그는 지금까지 한국팀의 마지막 주자로 나서서 반드시 승리하는 저력을 보였다. 올해는 과연 어찌 될까.
22일과 23일의 초반전에선 일본의 젊은 본인방 장쉬9단이 중국의 위빈9단과 한국의 허영호2단을 연파하고 2연승을 거두며 기세를 올렸다. 24일엔 장쉬9단과 중국기사가 대결한다.
박치문 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