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20%까지 뛰어…'가격인하 권고' 약발 안받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9면

분양가 대폭 인상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은 가운데 아파트 분양가 고공행진이 여전하다.

다음달 4일 청약신청을 받을 예정인 서울10차 동시분양아파트(12개 단지 6백8가구 일반분양) 분양가의 경우 비슷한 지역에서 한 달 새 최고 20%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용면적 25.7평 이하 가운데 분양가가 가장 높은 단지는 강남구 역삼동 영동주공3단지를 재건축하는 대우건설 역삼푸르지오. 24평형 일반분양가는 4억5천여만원으로 평당 1천8백80만원이다.

지난 4차 때 서울 동시분양 사상 최고의 경쟁률을 보인 인근 도곡동 주공1차 재건축단지 26평형 분양가(평당 1천6백만원)보다 높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조합에서 관리처분총회 때 정한 분양가보다 낮췄다"며 "주변 시세보다 높은 편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강남구청 관계자는 "그동안 분양된 단지들이 평당 1천6백만원 이하였는데 많이 올랐다. 분양가 인하 권고 공문을 보냈고 더 낮추지 않으면 국세청에 통보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송파구 가락동 쌍용건설 아파트 32평형 분양가는 4억9천만~5억원으로, 8차 때 인근 오금동 남광토건 같은 평형(4억1천여만원)보다 두달 새 8천만원 이상 뛰었다. 44평형(7억2천여만원)은 9차 때 오금동 남광토건 52평형(7억여만원)보다 비싸다. 한달 동안 평당 1천3백여만원에서 1천6백여만원으로 22% 오른 것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땅값이 비싸 토지매입비 비중이 크다"고 해명했다.

강동구 단지는 평당 1천만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천호동에 지난 8차 때 나온 예전건설 30평형이 평당 9백만원이었는데 이번에 분양되는 삼호 32평형은 1억1천만~1억2천만원으로 평당 1천1백만~1천2백만원이다. 두달 새 인상 폭이 40% 이상이다.

서울 동시분양 분양가를 평가하는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도 이번 10차 때 나오는 12개 단지 가운데 8개 단지의 분양가가 기존 아파트 주변 시세보다 높다며 분양가 인하를 서울시에 요청했다.

지난 22일부터 청약접수에 들어간 인천 5차 동시분양 물량 중 계양구 효성동 금호어울림 32평형 분양가는 주변 최고 시세보다 1천만원 이상 비싸다. 23평형 분양가(1억3천2백만원)가 인근에서 가장 최근인 지난해 8월 입주한 유승와이드빌 26평형(1억1천만~1억2천만원)보다 1천만~2천만원 비싸다. 32평형도 주변에서 가장 비싼 현대4차 33평형(1억7천5백만~1억8천만원)보다 2천만원 가까이 비싸다. 인근 K공인 박모 사장은 "고속도로와 가까워 금호의 입지여건이 다른 단지보다 떨어지는데도 분양가는 오히려 더 비싸다"며 "재건축 사업성과 고도제한 때문에 분양가를 높인 것 같다"고 말했다.

수도권도 비슷하다. LG건설은 지난 5월 경기도 양주군 양주읍 삼숭리 202번지 일대에 LG양주자이 1차분 2천8백64가구를 분양한 데 이어 최근 2차분 2천43가구 중 7백42가구를 내놓으면서 분양가를 평균 7%가량 올렸다. 한꺼번에 매입해 놓은 부지에 아파트를 1, 2차로 나눠서 분양했을 뿐인데 32평형의 평당 분양가는 1차 때 4백10만원에서 2차때 4백40만원으로 30만원이 올랐다.

안장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