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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망원인 찾아 예방-치료 서둔다|서울대의대 서유헌 교수팀의 동물실험 성공으로 본 노인성치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90년대는 「뇌의 10년」(Decade of Brain)이라고 부시 미국대통령은 지난해7월 선언했다.
이 같은 선언은 뇌기능의 지장으로 일어나는 노망(노인성치매·알츠하이머병)에 따른 사망률이 사인 중 4위를 차지하는 미국으로서는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평균수명의 연장에 따라 노망에 시달릴 노인들이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어서 모든 생명의 컨트롤센터인 뇌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이 같은 전망 속에서 최근 국내에서도 노망의 진단법과 치료·예방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획기적인 기초연구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서울대의대 서유헌 교수(신경약리학)팀이 처음으로 노망을 본격 연구할 수 있는 동물 실험모델을 정립하는 데 성공했다(중앙일보 5월24일자 17면 보도·일부 25일).
은막에서 아름다운 자태로 각광받던 미국의 여배우 리타 헤이워스도 노년에 노인성치매에 걸려 발병한 지 3년만인 70년대말 흉측한 모습으로 숨졌는가하면 노인성치매는40∼50년대 웰터급·미들급챔피언으로 링을 주름잡던 미국 권투선수 로빈슨 등 숱한 사람들을 희생의 제물로 삼기도 했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법, 밥먹는 법까지 잊어버리게 하고 성격 및 행동장애를 일으켜 「껍데기 삶」을 갖게 만드는 노인성치매는 뇌 속에서 기억과 관계 있는 부분인 해마(히토캄푸스)에서 처음으로 시작돼 대뇌피질·기저핵으로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꽉 칸 호두알을 연상시키는 뇌가 바짝 마른 호두알처럼 변하게 된다.
서교수는『사람의 노화현상 중 가장 핵심적인 것에 속하는 노인성치매는 뇌에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축적돼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노인성치매를 예방 또는 지연시키는 비결은 ▲늙어감에 따라 뇌 속에서 과도하게 많이 만들어지는 단백질을 유전자 차원에서 억제하거나 ▲단백질이 되기 전의 42개 아미노산이 끊어져 나오는 것을 차단하는 약물의 개발에 있다는 것.
이 같은 약물의 개발을 위해 미국에서는 연 5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고 로슈사, 산도스사 등 숱한 제약회사들이 제각기 열을 올리고 있다.
세계적으로 이처럼 노인성치매의 치료·예방약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은 2000년대에 엄청난 수의 환자발생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현재 65세이상 노인의 10%, 80세이상 노인의 4O%(총4백만명)가 노인성치매환자이고 오는 2050년에는 1천4백만명이 이 질병에 걸릴 것으로 추산되고있는 실정.
우리나라는 평균수명이 남자 67세, 여자74세 정도이고 아직까지 중풍성 치매환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나 21세기에는 노인성치매가 일본의 경우처럼 최대의 공중보건 문제 중 하나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런 관점에서 서교수팀이 쥐에 노망을 일으키도록 유전자를 주입시켜 만든 동물모델은 노망의 기전을 밝히고 이의 예방·치료대책을 세울 수 있는 연구결과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서교수는 『알루미늄 성분의 과다섭취, 알콜 등도 노인성치매 증세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히고 『이 때문에 외국에서는 알루미늄 그릇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컴퓨터·분자생물학·약리학 등 자연과학분야의 전문가들은 물론, 철학·심리학전문가들이 「인지과학회」를 88년12월 창립,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갔다. 인류가 도전해야할 「마지막 미개척분야」로 일컬어지는 뇌의 신비를 캐내는데 동참한 것이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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