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다양한 내면세계 영상으로 보여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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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이 그의 진짜 모습일까?'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오후 예술가의 거리로 유명한 미국 뉴욕의 이스트 빌리지. 인터뷰를 위해 카페 '르 가맹 (Le Gamin; 부랑아)'에 들어서는 니키 리(36.한국명 이승희.사진)를 보면서 이 같은 생각이 스쳤다. 검은 티셔츠에 금빛 목걸이로 장식한 외모는 단정했다. 그의 작품에서 뿜어져 나왔던 도발적 자태는 도무지 찾기 어려웠고 우유빛 웃음은 아기처럼 천진난만했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의 작품 상영을 계기로 이날자 뉴욕 타임스(NYT)는 아트 섹션 두개 면에 걸쳐 그의 작품 세계를 다뤘다. 이달 초 MOMA에서 상영될 작품은 60분짜리 다큐멘터리인 'AKA 니키 S. 리'. 작가 자신이 뉴욕.서울.파리.베네치아 등 세계 7개 도시에서 서로 다른 인물로 변신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묻는 작품이다.

그는 스트리퍼.여고생.힙합 댄서.할머니.펑크족.스케이트 보드족 등 14 가지의 인간 모습을 만들었다. 이를 위해 색깔있는 콘택트렌즈를 끼기도 하고 짙은 화장에 가발까지 썼다고 한다. 정체성은 그가 작업 초기부터 끊임없이 추구해 온 핵심 주제라고 한다. 그는 "인간 내면에는 여러가지 모습이 있으며 시간과 장소에 따라 변하게 된다"며 "변하는 것이 진정한 인간의 모습임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니키 리는 성공비결에 대해 "누구든 나의 작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자신의 모습을 작품에 투영할 수 있기 때문인 것같다"고 말했다. 메시지가 분명하다는 것이 장점이란 설명도 곁들였다.

NYT는 "힙합댄서에서 유대인 신부에 이르기까지 여러 부류의 인물을 자연스럽게 그려냈다"며 "자유롭게 여러 인물로 변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을 목격함으로써 (관객들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걱정을 덜게 된다"고 평했다. 이 신문은 또 "관객들은 그의 작품을 보면서 이처럼 변할 수 있는 능력이 모든 사람에게 있음을 깨닫게도 된다"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작업 계획에 대해서는 그는 "구상은 돼 있지만 아직 밝힐 단계는 아니다"며 "작품으로 직접 보여 드리겠다"며 활짝 웃었다.

이번 작품은 5일부터 세차례에 걸쳐 상영될 예정이다. NYT 등 언론사에는 MOMA 측이 DVD로 그의 작품과 설명을 사전에 공개했다.

이씨는 중앙대에서 사진을 전공한 뒤 90년대 중반 뉴욕으로 건너가 FIT에서 사진과 영상을 공부했다. 미국 유명 박물관과 미술관에 그의 작품이 전시 중이며 아직 미혼이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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