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혜걸객원의학전문기자의우리집주치의] 우유를 안 드신다고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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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어떻게 하면 자녀의 키를 키울 수 있을까요. 최근 e-메일을 통해 자주 접하는 질문입니다. 의학적으로 검증된 키 크기 수단은 두 가지뿐입니다.

첫째 성장호르몬 주사입니다. 그러나 이는 왜소증이나 터너증후군 등 병적으로 키가 작은 경우에만 효과를 발휘합니다. 저신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체질적으로 키가 작은 경우'엔 효과가 미미합니다.

둘째 수술입니다. 다리 뼈를 금이 가게 한 뒤 서서히 늘여주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 장기간 입원이 필요하고 뼈를 늘이는 과정에서 인대와 신경에 손상을 남기는 등 후유증이 만만치 않아 단순히 키를 늘이기 위한 방법으론 절대 추천되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키를 키우게 하는 비방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키는 유감스럽게도 유전자가 관여합니다. 자녀의 키를 예측하려면 남아는 어머니 키+아버지 키+13㎝를 2로 나누며, 여아는 아버지 키+어머니 키-13㎝를 2로 나누면 답이 나옵니다. 예컨대 아버지가 170㎝, 어머니가 160㎝라면 아들은 171.5㎝, 딸은 158.5㎝ 정도가 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러한 체질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있습니다. 바로 영양입니다. 키 작은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도 잘 먹으면 키가 커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핵심은 단백질과 칼슘입니다. 저는 여러분께 우유를 권유하고 싶습니다. 가장 손쉽게 단백질과 칼슘을 섭취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세계적 낙농국가인 네덜란드는 여자 평균 174㎝, 남자 평균 183㎝로 세계 최장신 기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2004년 미국임상영양학회지에 발표된 일본 니혼대 연구에 따르면 10세 전후 어린이들에게 하루 두 잔 이상 우유를 먹인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3년 동안 2.5㎝나 키가 더 자랐다고 합니다.

물론 우유에 대한 부정적 견해도 있습니다. 아토피 피부염과 빈혈.골다공증 등 각종 질병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젖소에 투여하는 항생제와 성장호르몬 등을 문제 삼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일부 학계의 의견이 선동적인 환경 저널리즘과 맞물려 침소봉대 됐다고 봅니다. 부분적 사실을 일반화하거나 양의 문제를 외면하고 오염물질이 있다는 사실만 의도적으로 부각시킨 탓이지요. 당뇨가 생기니 밥을 먹지 말고, 바다가 오염됐다고 생선을 먹지 않을 순 없지 않습니까.

우유는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가장 완벽에 가까운 식품입니다. 가격도 생수보다 쌀 정도로 저렴합니다. 게다가 우유는 아이들의 혀를 담백하게 길들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키는 물론 건강까지 생각한다면 자녀들에게 우유를 먹이시기 바랍니다.

홍혜걸 객원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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