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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건강] 부쩍 늙으신 부모님, 건강 챙겨 드리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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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부모님은 건강하실까. 마음 같아선 '한 오백년' 건강하게 사시면 좋으련만, 고향을 찾을 때마다 나이 들어가는 부모님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자식에 짐이 될까봐 당신의 웬만한 병은 감추고 사는 부모님. 그러다 보면 병을 키워 힘겨운 삶을 이어가기도 한다. 올 추석엔 연로한 어르신들이 가장 많이 걸리는 질환부터 챙겨보자.

◆돋보기도 정확한 처방을=돋보기 안경은 부모님의 필수품. 문제는 한번 안경을 사드리면 평생 쓰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안과 국문석 교수는 "돋보기 안경도 근시 안경처럼 매년 시력검사를 통해 적절한 도수로 바꿔드려야 눈을 보호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백내장은 노인 시력을 위협하는 가장 흔한 안과질환. 밝은 곳에서 심하게 눈이 부시거나 뿌옇게 보이고, 시력이 떨어졌다고 호소하면 백내장을 의심해야 한다.

노년기 실명의 또 다른 원인인 녹내장도 말기까진 자각 증상이 거의 없다. 녹내장은 매년 안압 검사로 조기진단, 조기 치료가 가능하다.

보청기도 돋보기만큼 잘못 생각하는 의료용구다. 청각검사를 하지 않고 가격이 싸다고 사드리다 보면 오히려 불편해 착용을 기피하게 된다.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무릎 통증=퇴행성 관절염은 숙명이다? 하지만 최근 연구결과를 보면 무릎도 관리하기 나름이다. 우선 부모님 통증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 순서다. <표>에서 1~4점이면 관절염 초기로 약물과 운동으로 극복할 수 있다. 운동은 의자에 앉아 발목을 젖힌 상태에서 일직선이 될 때까지 들어올려 멈추는 것이다. 다섯을 세고 내리는 동작을 20회씩 하루 세 차례 반복한다.

4~6점에 해당한다면 중기다. 약물치료를 받으면서 관절내시경을 받아야 한다. 상한 뼈와 찢어진 연골을 긁어내면 통증이 많이 가시고, 움직임이 편해진다. 말기는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 하는 단계.

힘찬병원 이수찬 원장은 "무릎 압박보호대와 실내자전거를 선물하는 것이 꽤 괜찮은 효도"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무릎 보호대를 오래 하면 오히려 관절 근육이 약해지므로 통증이 있을 때만 착용하고, 무릎 앞쪽에 구멍이 뚫린 것이 좋다고 권했다. 또 실내자전거는 유연성과 관절의 근력을 키워 퇴행성관절염의 진행을 막는다. 가격은 20만~30만원대.

◆정상 혈압 유지는 필수=정상 혈압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120/80㎜Hg 이하'다. 노화와 더불어 혈관은 굳어지지만 이 수치는 불변이다.

강동성심병원 심장내과 한규록 교수는 "동맥경화가 진행되는 노인은 특히 수축기 혈압(높은 쪽 혈압)이 높다"며 "65세 이상에선 70% 이상이 치료가 필요한 고혈압 환자"라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명절 땐 온 가족이 모여 혈압을 재보자. 만일 부모님의 혈압이 높을 땐 연휴가 끝나는 대로 병원을 방문하는 계획을 세울 것. 간혹 '양약은 부작용이 많다는데…'란 의문을 갖는 환자나 보호자도 많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노인은 고혈압 치료시 용량을 절반 정도 줄이고, 6개월~1년에 걸쳐 목표치를 달성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노인 고혈압 역시 약 복용뿐 아니라 운동, 짜게 먹지 않기 등 생활 습관 교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연휴기간 중 부모님과 함께 운동도 하고, 식단도 짜드리는 게 최고의 효도선물이다.

◆구강건조증엔 인공침을=이는 건강의 바로미터. 치아가 부실하면 영영섭취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경희대 치대 홍정표(구강내과) 교수는 "어르신 치아의 특징은 이가 많이 닳아 들쭉날쭉하고, 금이 가 있어 쉽게 부러진다"고 말했다. 따라서 질기거나 단단한 음식을 권하는 것은 금물. 게다가 침샘이 말라 구강건조증이 심하다. 구취가 심하고, 음식먹기가 불편하다. 물에 밥을 말거나, 물을 마시면서 식사를 한다면 구강건조증이 많이 진행된 상태다. 홍 교수는 "이 정도면 미각기능도 떨어져 있고, 입 안이 말라 발음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며 "치과 검진을 통해 인공침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구취가 심하면 치주질환이 있나 살펴보고, 별문제가 없다면 혀세정기를 사드리고, 올바른 칫솔질을 가르쳐 드린다.

의치를 끼는 노인에겐 구강 내 곰팡이 감염이 많다. 틀니가 잘 맞는지 알아보고, 비타민.철.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권한다. 요즘에는 의치 세정제가 나와 있어 자주 씻어주어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권한다.

◆노인 우울증, 발견이 중요=질병, 경제적 문제, 배우자 사망 등으로 노인 우울증은 유병률이 15%나 될 정도로 흔하다. 반면 치료받는 환자는 10%가 채 안 되는 게 현실.

따라서 부모님이 ▶이전보다 기억력이나 집중력이 많이 떨어져 보일 때, 손자를 봐도 별로 반가워하지 않고 매사 무표정할 때▶말수가 적고 식사를 잘 안 드실 때▶절망적인 단어를 자주 사용하는 경우▶피해망상을 보일 때('너희들 내가 싫지''누군가 날 해치려 한다'는 식) 등의 상태일 땐 우울증을 의심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고종관.황세희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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