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대」에 눈을 돌리자/세계지도자 대토론회의 메시지(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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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거의 반세기를 지배했던 동서이념의 갈등과 대립 체제가 해소되는 과정에서 형성중인 국제질서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새로운 환경에서의 평화와 번영의 조건은 무엇이며,생소하게 제시되고 있는 시대적 도전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인가.
이러한 과제에 대해 23일 중앙일보사 주최로 열린 세계정상지도자들의 대토론회는 범세계적인 인류공동체의 구도에서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는 견해들을 보였다.
21세기를 맞이하는 10년간의 전망에서 이들은 정치ㆍ군사문제는 낙관적으로 보며 세계의 인구ㆍ환경문제 및 빈부국간에 빚어질 갈등의 해결을 시급한 문제로 제기했다.
남북한문제,정치ㆍ경제적 갈등 등 절박한 현실문제에 매달려 새 시대의 미래상을 구상해볼 여유가 없는 우리에게 시야를 넓힐 것을 그들은 충고해 주고 있다. 지금의 세계질서가 있도록 동서화해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주역을 맡았던 이들이 제시한 의견은 따라서 국제화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로서 충분히 경청할 만한 값어치가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국제정치행태는 개개 국가의 국력,세력균형과 이데올로기의 대립에 집중돼 왔으나 이러한 시대가 정리돼 가면서 새로운 의식과 사고를 창출해내지 않고는 새로운 세계구도에 적응해 나가기 어렵게 됐다.
동서대결이 끝나가며 그 뒷처리가 비록 어렵고 지루하기는 하겠지만 낙관적인 분위기로 전환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한 동서대결대신 이제 우리는 가난한 남반구 국가와 부유한 북반구 국가간의 남북대립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그들은 지적했다.
지금은 현실정치에 매달려 인구ㆍ환경문제가 대다수 국가에서 간과되고 있지만 안전한계에 도달했다는 그들의 의견은 이제 우리에게도 무관할 수 없게 됐다.
오존층의 파괴,연료과소비로 인한 지구기온의 상승,물질적 풍요를 누리기 위한 지구자원의 약탈,빈국의 폭발적인 인구증가로 인한 인구의 대이동에 따르게 될 전쟁 가능성등이 새로운 위협으로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세계경제구조에서 부의 편재를 극복하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인 협력을 필요로 하는 문제다.
마침 본사 토론회에 참가한 인사들을 비롯한 세계지도자들의 전직정부수반협의회에서도 이러한 인구ㆍ환경 및 남북문제를 논의,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깨우치고 있다.
이런 회의와 관련,한가지 유감스러운 것은 참가초청을 받은 북한이 대표를 보내지 않은 점이다. 21세기에 맞게 될 도전은 남북한의 정치ㆍ군사대결 문제이기에 앞서 미래를 살아갈 인류공통의 문제라는데서 더욱 아쉬운 느낌이다.
슈미트 전서독총리가 토론회에서 지적했듯이 한국은 이제 많은 국제적 책무를 떠맡을 수 있도록 성장한만큼 자신있게 새로운 시대적 도전에 대응할 준비를 갖추어야 할 시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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