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중반 창업 "지금이 전성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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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흘러가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성실로써 이루고 쌓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노력으로 아름답고 참된 것들을 차곡차곡 채워가는 것이라야 한다" 영국의 비평가이자 사회사상가인 존 러스킨의 인생에 대한 통찰이다.

공인회계사로서 딜로이트컨설팅 등 세계적인 컨설팅회사 국내법인 대표의 경험을 살려 50대 중반에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던 장기호 (주)프론티어솔루션 대표(60). 그는 잔잔하지만 무게감이 느껴지는 경영과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 IT컨설팅 선두주자

프론티어솔루션은 전사적자원관리(ERP).고객관계관리(CRM).공급망관리(SCM)등 분야의 전문 IT솔루션 컨설팅 기업이다. 지난 2001년 1월 설립된 이 회사는 삼성과 현대.SK 등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 정부기관 등에 IT솔루션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 선두권에 진입한 비결은 뛰어난 인력과 차별화된 전략 및 서비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저희 회사는 대기업.공공기관 등 다양한 분야의 컨설팅 경험을 가진 100여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여기에 잘 갖춰진 지식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은 전문 컨설턴트가 해당 기업에 최상의 정보 인프라와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는 것을 가능토록 하고 있다고 자신합니다." 이 회사는 특히 지난 2004년부터 전자세금계산서 ASP(응용소프트웨어임대) 서비스 '스마트빌'로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스마트빌은 기업들이 우편이나 사람을 통해 전달, 관리하던 세금계산서를 인터넷을 통해 주고받는 서비스로, 기업의 비용절감 및 업무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이다. 현재 SK.현대기아차그룹.웅진.한국철도공사 등 다수의 기업이 스마트빌을 사용하고 있을 만큼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해 150억원의 매출이 올해는 200억원대로 올라설 것으로 장 대표가 기대하는 주력 아이템이다.

# 컨설팅업계 1세대

서울대 상대 66학번 출신인 장 대표는 타고난 머리 덕분인지 공인회계사 시험에 재학중 합격했다. 졸업후 첫 직장은 당시 가장 인기 있던 은행권 가운데 외환은행을 선택했다. "월급이나 수당 등 돈을 많이 받아서 좋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3년 정도 지나자 선배가 제의를 해서 회계법인으로 옮겼습니다. 이때가 제 인생의 첫번째 전기가 된 셈입니다." 1976년 안건회계법인에서 회계사로 일하기 시작한 그는 1983년부터 3년 동안 제휴관계를 맺고 있던 미국 딜로이트& 투시 뉴욕사무소에서 근무했다. 선진국의 회계 및 컨설팅 제도와 문화를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미국 근무 경험이 계기가 돼 1989년 딜로이트컨설팅코리아를 설립해 컨설팅 분야에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제 인생의 두번째 전환점입니다." 1997년부터 2000년까지 언스트영컨설팅 코리아의 대표를 거친 그는 결국 18년 세월을 컨설팅 분야에 몸을 담게 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장 대표는 국내 컨설팅업계의 1세대로 통한다.

"1989년부터 97년까지는 국내 기업에 컨설팅에 대한 니즈가 거의 없었습니다. 솔루션도 없던 시절이라 기업혁신을 생각하기 어려웠죠. 컨설팅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컨설턴트 양성 시스템도 없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토양이 매우 척박한 시기였습니다." 장 대표는 개척자들이 누리는 고통이 다 그러하듯이 많은 어려움을 겪는 과정에서 컨설팅업을 그만두고 싶은 생각도 많이 했었다고 실토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고객사들의 업무혁신이 달성되고 경영 효율이 좋아지는 것을 확인하면서 고생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 인생

60대에 접어든 CEO를 인터뷰할 때면 습관적으로 묻고 싶은 질문이 생겼다. '60 인생에 큰 불만은 없냐'는 것이 그것이다. "열심히 살았습니다. 회계사나 컨설턴트는 프로페셔널로서 많은 윤리성과 도덕성이 요구되는 직업입니다. 딜로이트 말단 시절부터 훈련을 잘 받았습니다. 지금까지도 그같은 원칙은 잘 지키고 있고 후배 컨설턴트들에게도 강조하고 있는 덕목입니다." 장 대표는 또한 후배들에게 자상한 충고를 잊지 않았다. "모든 일에 정도를 걸어야 합니다. 클라이언트들에게 신뢰를 얻으면 그 이후 수주는 저절로 이뤄지기 마련입니다. 대부분의 컨설팅 회사들은 수주에 급급하기 때문에 오더를 받아놓고 전문가를 찾아나섭니다. 그런 업무 처리 방식이 문제를 만들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것 아닙니까?" 그는 또 많은 사람들과 일을 해보니 사람의 품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회계법인에서 파트너를 선발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전문성, 영업능력 다 중요하지만 그중의 으뜸은 품성을 꼽습니다." 포용력,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원만한 대인관계 등 결국 품성 좋은 사람이 성공한다는 것이 장 대표의 성공학 개론이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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