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곽대희 성칼럼] 10년 젊게 사는 섹스법

중앙일보

입력

호모 사피엔스로 발전적 진화를 완성하면서 우리들 인간에게 떠나지 않는 번민은 언제나 성에 관련된 문제였다. 성이 음악, 미술, 그리고 문학에 곧잘 그 주제가 되는 것도 아마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인류 간의 참혹했던 전쟁이 종료되고 경제부흥을 이룩하면서 섹스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했고 사람들은 그것에 차츰 탐닉하게 되었다.

더구나 최근에는 주당 3회 이상 섹스를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평균 10년 이상 젊다는 것이 내분비기능과 대뇌생리 조사를 통해 입증되었고, 섹스로 쾌감을 얻는 동안 증가된 엔도르핀이 스트레스를 완화하며, 파트너를 극치감까지 몰고 가는 성행위 과정을 통해 남성은 정신적으로 성취감과 더불어 자신감을 얻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섹스는 극도의 흥분을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심폐기능이 향상되며 면역 글로브린의 분비를 증가시킴으로써 독감 같은 전염병에 잘 걸리지 않도록 하는 고마운 기능도 가졌다.

또한 섹스를 자주 하면 할수록 부부 간의 애정이 돈독해지는 것을 보는데 이런 현상은 여체 내에서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다량 분비된다는 데 그 이유가 있다. 그러므로 섹스를 자주 하는 것은 여러 방면에서 유익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처럼 섹스에 대한 깊은 연구는 금세기에 접어들면서부터라고 말할 수 있지만, 80년 전 처음으로 수태에 관한 생리가 규명될 때까지 우리들 인류는 섹스에 관한 한 암흑기였다.
그 암흑시대에 한 자루 촛불을 밝힌 사람이 반 덴 베르데라는 학자였다. 그는 이런 불모지대에 『완전한 결혼』 『부부의 혐오성』 『부부에 있어서 수태』 『부부 간의 성애』 『결혼의 거울』 등 다섯 권의 책을 저술, 일반인에게 출간했는데 그가 이처럼 제방이 터진 것처럼 일거에 많은 섹스 관련 저서를 출간하게 된 것은 정부(情夫)와 눈이 맞아 도망간 바람난 아내라는 홍수가 그 사태의 원인이었다.

베르데는 기본적으로 심성이 착한 페미니스트였다. 언제나 성적 욕망을 채우지 못해 불만에 가득 차 있던 아내를 이해하지 못하고 오로지 정신적 사랑만으로 보상하려고 한 것이 잘못이었다. 그는 이혼소송이라는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서야 정신적 사랑으로서는 부부관계를 원만하게 이끌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았다.

성의학의 선구자인 슈피겔 박사는 “행복한 부부생활을 영위하자면 베르데의 책을 꼭 읽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그는 무슨 의도였는지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여성이 이 책을 읽는다면, 지금까지 부부관계가 남편에게 기만당했다는 사실을 간파하게 될 것”이라는 알쏭달쏭한 코멘트를 달아놓았다.

이 모호한 언급으로 인해 이 책은 대번에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이 책이 성문제로 고민하는 여성에게 완벽한 해결책을 제시한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독자는 정신적 사랑에 부풀어 있는 신혼 커플이 어째서 육체적 탐닉에 그 영속성을 의존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다. 일부 주관(主觀)이 결여된 여성들은 성적 편력 끝에 오히려 인생의 행복을 잃고 좌초하거나 자살을 선택했다. 또한 아내가 부부생활을 통해 성적 만족을 얻지 못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던 착한 남편들이 그 해결책을 찾기 위해 여러 성의학 책을 탐독하는 부작용도 생겨났다. 거기서 잡다한 성애술을 익혀 아내에게 시험해보다가 도리어 혐오감을 불러온 사례도 없지 않았다.

베르데가 말한 전희에 치중하다가 심각한 신경쇠약에 걸린 부부가 있었는가 하면 자신의 성기 생김새나 크기 등이 그런 의학서적에 나온 표준과 크게 다른 것을 알고 고민하다가 이혼소송을 낸 사례도 생겨났다. 정신적 사랑이 없는 섹스도 문제지만 육체적 사랑을 무시한 애정도 또한 문제였다. 필자는 여기서 섹스는 천부의 소질이라는 말을 남겨두고 싶다. 책으로 공부한다고 해서 그 방면의 강자가 될 수 없는 노릇이다.

곽대희비뇨기과 원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