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주택 확대 고육책/아파트분양가 인상배경과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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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원가연동제 반년만에 또 손질/업계 요구에 굴복… 멀어진 서민 내집꿈
작년 11월 아파트분양가 체계를 상한선규제에서 원가연동제로 바꾼지 6개월만에 또다시 분양가 인상을 허용키로 한 이번 조치는 정부가 제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 추진하는 현행 주택정책의 약점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92년까지 2백만가구 건설과 수도권 5대 신도시사업으로 요약되는 현행 정책이 정부의 재정투자가 빈약해 민간업체의 참여없이는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게 돼 있어 업계의 주장에 정부가 끌려 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말 분양가연동제는 주택업계가 당시의 가격체계로는 분당신도시 아파트건설에 응할 수 없다고 버틴 결과로 나온 것이며,이번 인상조치 또한 이달말로 예정된 평촌및 산본 신도시사업을 업체들이 보이콧할 움직임을 보일때 취해진 것이다.
업계의 요구를 정부가 거의 대부분 수용한 것은 수치상으로도 잘 나타난다.
주택업계는 최근 자신들의 주장을 담은 성명서에서 평당 건축재료비는 54만3천원,인건비는 32만7천원을 요구했는데 정부는 이를 그대로 인정해 주었으며 단지 건설기간중의 물가보상및 적정이윤을 조금 깍았을 뿐이다.
물론 업계의 분양가 현실화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올들어 건축허가면적이 작년동기보다 1백%이상 증가하고 서해안개발사업등 대규모 사업이 진행됨에 따라 시멘트·철근·위생도기 등 건자재가 품귀현상을 빚고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여기다 힘든 일을 기피하는 사회적 추세에 따라 공사장 인부 구하기가 힘들어져 시중노임이 평균 50%는 올랐다고 업계는 밝히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업게는 「아파트는 지으면 지을수록 손해」라고 주장하면서 아파트건설을 기피해왔다. 실제로 올들어 서울에서 분양된 민간아파트는 지난 4월 ㈜한양이 쌍문동에서 공급한 4백14가구 뿐이다.
업계는 주택공급의 원활화를 위해서는 아파트가격을 아예 완전 자율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건설부도 분양가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기존의 집값및 다른 물가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현시점에서 완전자율화는 곤란하며 정부고시건축비를 인상시켜주는 선에서 문제를 일단락지었다.
그러나 자재비와 인건비는 시간이 가면 또 오를 것이고 그때 업계가 채산성이 악화됐다고 주장하면 또 분양가를 인상시켜 주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정부는 당초 분양가의 원가연동제를 도입하면서 건축비는 정부가 1년에 한번 고시한다고 발표하고 현재의 98만∼1백13만원의 건축비는 91년이후에 상향조정하겠다고 분명히 못박았으나 이같은 약속이 이번에 깨짐으로써 무주택자나 서민들의 우려는 더욱 커지는 것이다.
권영각건설부장관은 이번 조치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서민들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주택건설을 확대하는 두가지 문제를 동시에 고려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서민들의 내집마련보다는 업계의 요구에 좀 더 다가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번 분양가인상조치로 인해 아파트건설이 얼마나 확대될 수 있는지도 큰 관심사항이다.
그러나 서울의 경우 민간업체가 아파트를 지어 분양할 수 있는 땅이 9천가구분에 불과하므로 공급확대에 의한 집값 안정은 낙관하기 어렵다.
수도권지역에서는 건축비가 인상된 만큼 아파트건설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이나 이 역시 장기적인 기대는 어렵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일정규모이하의 서민용 소형아파트를 제외하고는 중·대형아파트가격은 자율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진다.
이와함께 어떤 문제보다도 심각한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재정투자를 대폭 늘리고 주택정책을 전담할 새로운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에도 귀기울여 볼 만하다.<심상복기자>
□인상된 아파트 건축비
(단위=만원ㆍ평당)
구분 현행 인상
15층이하 전용면적 98 113
아파트 25.7평이하
전용면적 101 116
25.7평초과
16층이상 전용면적 110 127
아파트 25.7평이하
전용면적 113 130
25.7평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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