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8군'은 반세기 동안 주한 미군의 대명사였다. 이제 미국의 군사 시스템 개편으로 주한 '미 8군'이란 이름은 추억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사진은 4월 11일 서울 용산 미 8군사령부에서 열린 찰스 C 캠벨 전 사령관(右)과 데이비드 벨코트 신임 사령관(左)의 이.취임 열병 장면.
◆ 왜 개편하나=가장 큰 이유는 8군사령부가 현재 한국에서 이렇다할 임무가 없기 때문이다. 8군사령부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에는 미 24사단과 25사단 등을 직접 지휘하는 전투사령부였다.
그러나 지난 50여 년 동안 주한 미군의 구조와 편제가 조정되면서 8군사령부의 기능이 대폭 축소됐다. 한반도 유사시 미국에서 한반도로 증원되는 미 육군을 수용해 전방으로 보내는 전투지원 기능만 갖게 됐다. 그런데 그마저도 실제 업무는 8군 예하에 있는 19지원사령부가 맡고 있다.
8군사령부 예하에는 미 2사단과 19지원사령부, 8헌병여단,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패트리엇부대인 35방공포여단 등 6개 부대가 소속돼 있다. 그러나 8군사령부가 이들을 지휘.통제하지는 않는다. 예하부대들은 8군사령부에 단순 보고만 하고 있다. 버웰 벨 주한 미군사령관도 29일 "8군사령부는 더 이상 전투사령부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런 8군사령부의 기능 특성 때문에 사령관을 비롯한 대부분 참모 요원들이 다른 부대의 직책을 2~3개씩 겸직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 8군사령관인 데이비드 벨코트 중장은 주한 미군사령부.한미연합사.유엔사 참모장을 겸임하고 있다. 8군사령부와 관련된 업무만 맡고 있는 요원은 수십 명에 불과하다고 우리 군 관계자는 전했다. 8군사령부는 사실상 이름으로만 존재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8군사령부가 주한 미군에서 제외되더라도 실제 병력 감소는 수십 명에 그친다. 또 8군사령부가 주한 미군에서 없어져도 예하 부대들은 새로 창설될 주한 미 합동군사령부에 소속돼 지휘를 받는다. 결국 한반도 방위에는 영향이 없다는 것이 우리 군 당국의 분석이다.
◆ 개편 뒤 어디로 가나=8군사령부는 미 육군의 작전지원사령부(UEy)로 개편된다. 전 세계에 나가 있는 6개의 군사령부를 모두 UEy로 개편한다는 미 육군의 계획에 따른 것이다. UEy는 특정지역에 묶이지 않고 광범위한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기동형 지원사령부다.
8군사령부를 모태로 한 UEy는 미 태평양 육군사령부에 소속될 전망이다. 이 UEy는 한반도를 주요 지원 대상으로 하지만 일본과 대만 등 태평양 전 지역에 대한 지원임무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전략적 유연성이 높아진다. 평시에는 500~600명 수준의 사령부로만 유지한다. 그러나 유사시 임무가 주어지면 그에 따른 작전을 지원할 지원부대들이 UEy의 예하에 들어온다.
한반도에 전쟁이 날 경우 UEy는 곧바로 한국으로 투입돼 전시지원 임무를 수행한다는 것이다. 8군사령부가 개편되는 UEy가 주둔할 위치는 하와이일 가능성이 높다고 우리 군 소식통이 전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한국에 생길 주한 미 합동군사령부와의 관계도 아직 설정되지 않았다. 미 육군 소식통은 "(8군을 모태로 한 UEy가)한국에 계속 있을 수도 있지만 하와이나 일본 자마 기지에 주둔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자마 기지는 미국 워싱턴주 포트 루이스에 있는 미 1군단과 일본 육상자위대(육군) 사령부가 옮겨 가는 곳이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