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호지명탄생 백주년 축제/서화전ㆍ심포지엄ㆍ춤경연대회 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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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족지도자 체제강화이용”비난도
19일 호치민탄생 1백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축하행사가 베트남에 서 열리고 있다.
호치민 (호지명ㆍ1890∼1969)은 베트남공산당의 대부로 프랑스식민지 치하에서 출생,민족주의ㆍ공산주의 이념아래 평생 독신으로 지내며 대불ㆍ대미투쟁을 통해 베트남독립의 초석을 닦은 인물.
2년전 호치민의 고향부근에 사당과 2m크기의 대형흉상을 세워 「민족수호신」과 같이 제사지내고 있는 베트남정부는 금년초부터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준비했다.
관공서는 물론 가정마다 호치민의 사진이 걸려있으며 호치민 음악당이 설립되고 추모영화ㆍ출판물이 제작,간행됐다.
하노이시에서 호치민 명의의 서화전ㆍ기념우표발행ㆍ운동경기ㆍ춤경연대회가 열리는 등 시전체가 온통 호치민 일색이다.
정부의 이같은 요란한 행사에 대해 『호치민의 뜻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못마땅해 하는 지식인들도 많다.
평생 검소하게 살았던 호치민은 생전에 그의 이름을 딴 행사를 금지시켰고 『화장해 유골을 베트남산하에 뿌려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구사이공시가 호치민시로 바뀌었고 그의 유체는 영구보존처리된뒤 유리관에 넣어져 하노이시 바딘광장내 웅장한 무덤에 안치돼 있는데 연일 수천명의 농민ㆍ관광객이 찾고 있다.
베트남정부는 최근 유네스코의 재정지원 아래 이틀간 「호치민­민족해방의 영웅이며 위대한 문화인」이란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정부대변인 트안 콩 만은 『호치민이 숨진 69년엔 아직 사회주의가 건설되지 않았다』며 호치민과 사회주의를 연관시키지 않는다고 밝혔는데 이번 심포지엄에선 「독립사상」과 「청렴성」등이 강조,논의됐다.
이는 동구사회주의 붕괴후 마르크스등 공산주의 비조들의 권위추락과 정치변혁을 간접경험한 베트남공산당이 국내의 정치개혁요구에 맞선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국민들사이에 아직도 「호아저씨」 「베트남의 성자」로 추앙받고 있는 호치민을 공산주의이념에서 탈피된 영원한 민족지도자로 부각시켜 현체제의 정당성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베트남정부의 고뇌를 엿보게 하고 있다.<오체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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