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엔 도움되겠지만 없애야 할 편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의료경제학을 연구하는 사람의 눈으로 볼 때 특진제도는 근본적으로 없어져야할 「편법」임에 틀림없다. 병원측엔 추가적인 수입원으로 경영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환자들 입장에서는 영문도 잘 모른 채 내야하는 일종의「특수세」개념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특진과 일반진료의 차이점을 홍보하지도 않고 병원들이 환자들에게 특진을 신청하도록 거의 무턱대고 종용하고 있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미국처럼 전문의와 일반의의 차이점을 인정하지 않고 단일수가제도를 갖추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대학병원의 경우 거의 모두 전문의인데 일반진료를 신청했다고 해서 레지던트나 인턴에게 환자를 보게 하는 것은 난센스다.
병원 측이 장난을 쳐 국민의 의료비부담을 늘리는 폭으로 조장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차라리 의료보험수가 조정 때 전문인럭의 기술료(기술수당)를 적정수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편이 낫겠다.
특진제를 없애고 의사들의 전문성을 인정해 주려면 이른바 「상대가격체계」 도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당사자들인 의사들과 보건전문가·보건경제학자들에게 설문지를 돌려 어떤 의료행위에 대해 점수를 매기게 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의료비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감기는 1점, 맹장수술은 20점, 분만은 30점하는 식으로 점수를 매긴 뒤 양 극단치를 빼고 평균을 내 의료서비스의 단가를 계산할 수 있는 항목을 만들어야 한다.
이 같은 수가체계를 연구하지 않고 일본 것을 무조건 본 떠 의료수가를 총체적 인상률로만 조정해오다 보니 의사들의 불만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특진제도의 남용은 병원과 의사들의 수입 증대책의 하나로 시행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개선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권순원박사 〈한국개발연구원·의료경제학〉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