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코리안] "한국 풍습 알리려 온돌방도 꾸밀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독일 동부 라이프치히시 국립 그라시 민속박물관의 아시아 담당 국장이자 큐레이터인 잉오 넨트빅 박사가 극동아시아관에 전시 될 한국 전시 자료들에 대해 설명 하고있다. 라이프치히=유권하 특파원

"유럽에서 최고 수준의 한국문화 컬렉션으로 자리잡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독일 동부의 라이프치히 국립 민속박물관의 잉오 넨트빅(46) 박사는 요즘 신바람이 나있다. 내년 3월에 문을 열 박물관 내 극동아시아관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물론 만주와 북러시아를 망라하는 동북아의 민속자료를 상설 전시할 공간이다. 현재 300㎡(90여평)의 전시실은 전시자료 설치 작업으로 분주하다. 이 박물관의 아시아 담당 국장이자 큐레이터인 넨트빅 박사는 "한국의 귀중한 문화유물뿐 아니라 한반도의 생활상과 풍습을 소개하기 위해 온돌방도 꾸밀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이번 설치 공사가 마무리되면 이 박물관은 기존의 동아시아.남아시아.동남아시아.북아시아 지역관을 아우르는 독일 내 최대 민속박물관으로 자리잡게 된다.

지난달 15일 전문가들에게 선보인 한국 관련 전시자료는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청자연적.옥도장.봉황무늬 벼루 등 조선시대 유물이 수백점이 100여년 만에 다시 세상에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냈다. 이 유물들은 그동안 예산 부족과 관심 소홀로 최근까지 박물관 창고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넨트빅 박사는 "19세기 말 조선에서 세관 관리로 근무하던 함부르크 출신 독일인 젱어와, 외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참판 자리에 오른 파울 게오르그 폰 묄렌도르프(한국명 목인덕) 등이 수집한 유물"이라고 설명했다. 또 북한이 1950년대 초 열차에 실어 옛 동독에 선물로 보낸 문화재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그는 "박물관이 수집한 한국의 민속자료만 2000점이 넘는다"며 "아직 분류 작업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지만 구한말의 귀중한 문화재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넨트빅 박사는 독일에서는 아직 생소한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박물관 내 특별 전시실을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사랑방으로 활용하고 있을 정도다. 최근에는 '천.지.인'을 주제로 한 중견 서예가 정도준씨의 작품 전시회를 주선하기도 했다.

자타가 인정하는 한국통인 넨트빅 박사는 원래 중국 전문가다. 노태강 주독 한국문화원장은 "넨트빅 박사는 해박한 한문 실력을 바탕으로 한국은 물론 동아시아 역사와 문화를 두루 꿰뚫고 있는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한국과의 인연도 중국에서 맺어졌다. 3년간의 중국 유학 시절 지도교수가 중국동포였다고 한다. 넨트빅 박사는 "그 교수를 통해 단군신화를 전해듣고는 한국의 전통 문화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한국의 샤머니즘 자료와 각종 민담을 수집하기 위해 만주와 연변을 누비기도 했다.

넨트빅 박사는 한국음식 팬이기도하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허허'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김치와 육회도 맛있지만 역시 보신탕이 최고 아닌가요."

라이프치히=유권하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