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경상수지 '10년 흑자' 흔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내년 경상수지가 10년 만에 적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물건을 수출해 벌어들인 돈은 줄어들고 있는데 해외여행 등으로 밖에서 쓰는 돈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경제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인데도 내년 예산은 경제 살리기보다 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복지 예산과 자주국방을 위한 국방 예산을 늘리는 쪽으로 짜였다.

◆ 경상수지 10년 만에 적자 날 듯=한국은행은 27일 8월 경상수지가 5억810만 달러 적자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7월(3억9270만 달러)에 이어 두 달 연속 적자다. 이에 따라 올 들어 8월까지 경상수지는 13억27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경상수지는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로 구성되는데, 고유가와 세계 경기 둔화 여파로 상품수지 흑자 규모는 줄고 여행.유학 등 서비스수지 적자가 눈덩이처럼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8월까지 서비스수지 적자는 127억1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95억3000만 달러)보다 31억8000만 달러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달 해외여행자가 사상 최대(113만9586명)에 달하고 새 학기를 맞아 학비 송금이 급증한 데다 특허권 사용료 지급액마저 늘면서 적자 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상품수지 흑자 폭은 5월 이후 줄고 있다. 8월까지 상품수지 흑자는 158억3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억2000만 달러 줄었다.

이에 따라 올해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하더라도 소폭에 그치고 내년에는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 경상수지가 45억 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고, LG경제연구원.한국개발연구원(KDI).JP모건 등 대부분의 경제예측기관이 외환위기 이후 첫 경상수지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 복지.국방 분야 늘어난 내년 예산=내년 나라 살림은 올해보다 6.4% 증가한 238조5000억원으로 정해졌다. 이에 따라 국민 1인당 세금 부담이 내년에 383만원(지방세 포함)으로 올해보다 20만원 늘어난다. 특히 내년 나라 살림은 세금과 기금 등으로만 충당할 수 없어 부족분 8조7000억원을 빚내(국채 발행) 조달하기로 했다.

정부는 27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07년 예산.기금 편성 방안'을 확정해 다음달 2일 정기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내년에 국채를 8조7000억원 발행키로 함에 따라 적자재정이 1998년 이후 10년째 계속될 전망이다. 또 적자보전용 국채도 59조2000억원으로 늘어나면서 내년 국가 부채도 303조원으로 3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빚까지 내면서 짜인 내년 나라 살림은 복지와 국방 분야에 중점적으로 사용된다. 기초생활자 같은 영세민과 무주택자 지원에 주로 쓰이는 복지 예산은 전체 나라 살림의 25.9%인 61조8000억원으로 올해보다 5조8000억원 늘어났다.

미군기지 이전과 국방개혁 가속화에 따라 국방 예산도 올해보다 2조2000억원 증액된 24조7000억원이 책정됐다. 공무원 임금은 2.5% 인상되는 데 그쳤지만 공무원 수가 많이 늘어나는 바람에 공무원 인건비 예산은 21조8000억원으로 올해보다 7% 늘었다.

내년 국세는 148조1211억원으로 올해 실적 예상치보다 7.3%(올해 예산보다는 9.4%) 늘어날 전망이다. 이 중 근로소득세는 올해 예상치보다 13% 증가한 13조7764억원으로 짜였다. 근로소득세는 올해도 지난해보다 17.4%나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재정경제부 허용석 세제실장은 "내년 임금은 평균 6.4% 오르지만 근소세를 내는 근로자 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이 주로 내는 종합소득세도 5조3252억원으로 11.9% 늘어날 전망이다. 종합부동산세는 올해보다 65.4% 늘어난 1조9091억원이 걷힐 것으로 예상됐다.

표재용.김동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