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조수미 전국 순회 독창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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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면서 잃는 것도 있지만 얻는 것도 있는 법이다. 소프라노 조수미 데뷔 20주년 기념 전국 순회 독창회의 피날레 무대인 27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 내내 한국을 대표하는 프리마 돈나와 함께했던 감동의 순간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갔다. 데뷔 당시와 비교하자면 거침없이 허공을 가르는 고음(高音)의 빛깔은 다소 옅어졌지만 숱한 무대에서 켜켜이 쌓아올린 내공의 힘이 깊은 여운으로 다가왔다.

화려하지만 과장된 몸짓의 군더더기가 개입될 수밖에 없는 오케스트라 반주가 아니라 단출하면서 투명한 피아노 반주의 독창회여서 20주년의 의미는 더욱 빛났다. 델라구아의 '전원시', 구노의 '세레나데', 비발디의 '아리아' 등 다소 낯선 곡에다 숨소리도 잠재우는 피아노 반주였기 때문일까.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중 비올레타의 아리아에서 박수소리가 뜨거워지더니 결국 커튼 콜 무대에 가서야 일제히 기립박수가 터졌다. 앙코르 곡은 헨델의 '울게 하소서', 요한 슈트라우스 '아름답고 푸른 다뉴브강', 오펜바흐의 '호프만의 이야기' 중 자동인형의 아리아 등. 며칠 전 타계한 작곡가 장일남의 '기다리는 마음'도 들려줬다. 반주자로 나온 피아니스트 빈센초 스칼레라는 섬세함과 명료함의 극치를 맛보게 해 탄성을 자아냈다. 피아노 건반으로 오케스트라.하프.실로폰.플루트 등 다채로운 음색을 내는 마술사였다.

기대를 모았던 R 슈트라우스의 연가곡 '브렌타노 가곡집'은 전곡 연주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연가곡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은 네 곡이 모두 끝날 때까지 기다리라는 장내 방송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곡마다 박수를 쳐댔다. 공연은 한 달 전부터 매진이었다. 협박성 항의 전화에 시달리다 못한 기획사에서는 10월 2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연장 공연을 마련한다. 02-751-9607.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 바로잡습니다

9월 28일자 18면 '공연리뷰-조수미 전국 순회 독창회'기사에서 앙코르 곡 중 "장일남의'비목'"은 장일남의 '기다리는 마음'이 맞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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