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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경찰 인종차별 심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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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점잖다는 이미지를 지닌 영국 경찰이 뒤에서는 심한 욕설에 인종차별 발언까지 서슴지 않는다는 사실이 BBC방송에 의해 폭로됐다.

BBC는 21일 밤(현지시간) 방송한 다큐멘터리 '은밀한 경찰세계'에서 경찰들의 인종차별 언행을 고발했다. 기획취재팀 마크 댈리(28)기자가 지난 봄 경찰후보생으로 위장 지원해 5개월 보름 동안 영국 북서부 경찰학교에서 교육을 받으며 취재한 내용이다.

경찰집단 내부에선 인종차별적 분위기가 심각했다. 우선 교양있는 사람이나 공공기관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니거(Nigger.검둥이)'나 '파키(Paki.파키스탄 녀석)' 등과 같은 용어가 스스럼없이 사용됐다. 일부 경찰은 외국출신에게 대놓고 증오심을 보였다.

북웨일스 지역 경찰인 로브 풀링은 "처벌받지 않을 방법만 있다면 아시아(인도.파키스탄을 뜻함) 놈들을 죽이고 싶다"며 공공연히 떠벌렸다. 그는 "히틀러의 인종차별은 훌륭한 정책"이라고 주장했으며, 인종차별로 피살된 흑인 10대 소년에 대해 "그런 놈은 죽어야 돼. 걔 부모도 전부 기생충이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한명은 "파키들은 일단 잡아 검문해봐야 돼. 안됐지만 나는 그렇게 할 거야"라고 말했다. 한 장면에선 경찰관이 미국의 인종차별단체인 KKK단의 흰색 복면을 흉내낸 천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했다.

방송이 나가자 인종차별 반대운동 단체에선 "너무나 충격적이다.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경찰이라는 집단의 고질적 병폐가 확인된 것이다. 경찰 내부에선 인종차별적인 태도가 암묵적으로 용인돼 왔다"며 관계자를 문책하라고 요구했다.

경찰당국은 풀링 순경 등 4명의 신병을 확보해 조사에 들어갔다. 댈리 기자는 잠입취재 사실이 알려진 지난 8월 '위계에 의한 이익취득'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조사받기도 했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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