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토종 캐릭터 팍팍 밀어줍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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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을 낳는 것으로 알려진 캐릭터 산업. 국내 시장 규모만 해도 연간 5조원(2002년 기준)에 달하지만 이 중 65%는 외국산 캐릭터 상품들이 차지한다. 그만큼 토종 캐릭터들의 설 자리는 좁은 셈이다.

이달 초 경인방송이 내놓은 '조정린.구라스의 캐릭터쇼'(사진.일요일 낮 12시10분 방송)는 '토종 캐릭터를 팍팍 밀어주자'는 취지로 제작된 국내 유일의 캐릭터 전문 프로그램이다. 매주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 독특한 캐릭터로 인기를 모으는 플래시 애니메이션 4~5편을 소개한다. 고심해서 캐릭터를 만들어봐야 발표할 공간이 마땅찮은 아마추어나 프로 제작자들에겐 '가뭄의 단비'같은 기회라 할 수 있다.

"현재로선 새로 나온 캐릭터를 알리려면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 올리는 게 고작이죠. 하지만 방송에 한번 나가면 포털사이트에서 검색 순위 1위를 한 것 이상의 효과가 납니다." (남택수 PD)

캐릭터 산업 종사자들이야 더할 나위 없이 반길 만한 프로이지만 과연 시청자들도 좋아할까. 남PD는 "시청자 입장에서도 전문 사이트를 일일이 검색할 필요없이 참신한 캐릭터를 만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면서 "애니메이션이나 캐릭터 매니어를 자처하는 초.중.고생 사이에 고정 팬이 많아 웬만한 예능 프로 정도의 시청률은 나온다"고 설명한다.

시청자 입장에서 이 프로의 보는 재미를 배가시키는 건 MC 조정린과 공동 진행을 맡는 구라스 삼형제의 귀여운 돌출행동이다. 구라스는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 지난 5일 첫 출연부터 "캐릭터 산업 발전을 위해 출연료 전액을 기부하겠다"고 허풍을 떨다가, 조정린이 "정말이에요?"라고 반문하자 "말짱 뻥이야"라며 이름값(?)을 했다. 구라스는 국내 캐릭터계의 신화라 불리는 '마시마로'의 제작사인 CLKO사가 이 프로를 위해 특별히 기획.제작했다고.

한국문화컨텐츠진흥원의 엄윤상 팀장은 "토종 캐릭터 산업이 성공하려면 소비자들에게 오랜 시간 노출돼 질긴 생명력을 갖는 게 필수"라면서 "경인방송뿐 아니라 KBS 등 타 방송사에서도 관련 프로를 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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