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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문학 상업주의에 찌들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아동문학이 어린이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 명랑아동소설·성교육동화·철학동화 등 어린이들의 인기에 편승한 책들은 불티나게 팔리지만 정작 창작아동문학은 어린이들로부터 소외된 채 아동문학가들끼리 서로 돌려읽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처럼 어린이들로부터 버림받는 순수아동문학에 대해 아동문학계의 자생의 소리도 있다.
『무엇을 썼는지 모를 정도로 주제의식도 없고 또 문장의 기초, 기본수련조차 안돼 있는 작품들이 대부분이어서 제발 아이들이 이걸 안읽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
아동문학평론가 이오덕씨는 아동문학가들이 자기중심의 글장난 취미에 빠져 스스로 아동문학을 어린이들로부터 버림받게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아동문학의 질적 저하가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다.
일제를 거쳐 6·25 이전까지는 장래의 밝은 나라 건설을 위한 문화적 차원에서 아동문학가는 물론 최남선·이광수·이태준·정지용 등 모든 문학가들이 동시·동화를 썼다. 그러나 6·25이후 반공교육을 위한 반공아동문학이 활개를 치면서 대부분 문인들을 아동문학에서 멀어지게 했고 아동문학과 성인문학을 철저히 구분시킨 것이 아동문학의 질을 떨어뜨린 요인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 이씨의 지적이다.
아동문학협회의 난립도 문제다. 현재 전국 규모의 아동문학협회는 「한국아동문학가협회」 「한국아동문학회」 「한국현대 아동문학가협회」등 3개. 협회가 난립함으로써 서로 많은 회원 확보를 위해 아동문학가를 양산, 아동문학가는 현재 6백명에 이르고 있으나 쓸만한 작가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협회가 경쟁적 난림상을 보임으로써 대외적 권위가 실추, 아동도서 전문출판사의 상업주의적 횡포를 막을 수도 없게 됐다.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상업주의 일변도 책을 출판사가 기획, 아동문학가에게 집필을 의뢰하더라도 경쟁적으로 분열된 상태에서는 협회가 이를 저지할 길이 없다. 또 원고료도 서로 덤핑, 아동문학 원고료는 시나 소설 등 성인문학 원고료의 절반 수준밖에 안된다. 』 협회끼리의 자기회원 이름 알리기 경쟁이 아동문학의 대외적 권위를 떨어뜨리고 출판사의 상업주의에 속수무책으로 끌려갈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고 아동문학평론가 이재철씨는 지적한다. 때문에 이러한 전국규모의 협회들은 하나로 통합돼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이러한 비판의 소리를 받아들여 세 협회는 각기 따로 실시하던 연례세미나를 올 여름 합동으로 실시할 움직임을 보이고있다.
순수 아동문학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한편 아동문학평론가가 적은 것도 아동문학발전의 저해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6백명 가량의 아동문학문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평론가는 10명 남짓이다.
평론의 조명을 받을 수 없는 작품은 그 질을 보장받을 수 없다. 평론의 질타를 받지 않는 무풍지대에서 고만고만한 작품들이 도토리 키재기 놀음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 아동문단의 구생이다.
점수따기 위주의 교육세도, 출판사의 무분별한 상업주의, 학부모·당국 등의 무관심도 물론 문제지만 아동문학에서 어린이들을 멀어지게한 책임은 우선 아동문학가들에게 있다. 건강한 미래사회를 약속하기 위해 아동문학가들은 좀더 분발, 어린이들에게 재미있고 유익한 읽을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이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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