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황 인권위장 전격 사의 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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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황(65)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25일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조 위원장은 이날 오후 인권위 회의실에서 열린 전원위원회(최고의결기구) 시작 직후 "(22일 서울 수유동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열린) 워크숍 퇴장 사건은 어떻게 된 것이냐"는 한 위원의 질문을 받았다. 이에 대해 조 위원장은 "물러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최영애 상임위원에게 위원장 직무대리를 부탁했으며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말하고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지난해 4월 취임한 조 위원장은 2008년 4월까지 임기(3년)를 남겨두고 있다.

조 위원장은 홍보실을 통해 "고혈압 등의 지병 때문에 인권위 업무를 감당하기 힘들어 그만두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조 위원장은 그러나 발단이 된 22일의 워크숍 때 갑자기 퇴장한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인권위원들은 이날 밤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조 위원장에게 사임 의사를 철회해 줄 것을 요청키로 했다.

◆ 내부 갈등이 사퇴 배경인 듯=조 위원장의 사의 표명은 전원위원 11명(위원장과 상임 3명, 비상임 7명) 중 8명이 참석했던 워크숍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조 위원장의 건강 문제보다는 내부 갈등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인권위 관계자는 "평소 일부 상임위원이 '조 위원장이 직원 성과급이나 인사와 관련해 전횡을 한다'며 비판해 위원장과 갈등을 빚어 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워크숍 하루 전날 조 위원장이 사무총장과 단둘이 국회의장에게 인권보고서를 제출한 것에 대해서도 '밀실보고'라는 위원들의 불만이 나왔다"고 전했다. 한 위원이 워크숍 당일 이러한 문제를 직접적으로 제기하자 조 위원장이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의 주요 결정은 전원위원들의 합의로 이뤄진다. 하지만 예산.인사 등 사무처 업무는 인권위원들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위원장과 사무처장이 주로 결정해 일부 위원들이 이에 불만을 제기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정확한 사의 표명 이유를 파악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사퇴서가 전달되면 그때 가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 조 위원장=제10회 사법시험 출신으로 서울지방변호사회 상임이사, 부천서 성고문사건 특별검사,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위원장 등을 거쳤다. 인권위는 입법.사법.행정 3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기구이며, 위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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