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공사에 자신 생겼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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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바다밑 땅을 1m 깊이로 파고 케이블을 뭍는 일을 한번쯤 상상해 보십시오.』
한국을 국제해저통신국가로 발돋움 시킨 제주∼고흥간 해저케이블설치공사 현장 기술책임자 (주)혜송실업 홍태훈부사장(41·사진)은 공사당시의 어려움을 이같은 반문법을 빌려 강조한다.
『깊이 20m이상되는 심해작업은 미국AT & T사(America Telegraph & Telephone)가 맡고 그 이하의 얕은 지점 공사만 맡았지만 성공적으로 끝낸 이번 공사로 앞으로는 1백m 이상의 심해도 우리손으로 거뜬히 할수 있는 기술축적과 자신감을 갖게 됐습니다.』
제주∼고흥간 1백42km 해저구간중 이 회사가 공사를 한 곳은 제주해안쪽 lkm(수심 20m)와 고흥반도쪽 7km(수심 18m).
홍부사장이 직접 개발한 「바다쟁기」혜송1호기를 이용, 케이블을 매설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소쟁기가 밭갈이하듯 바다쟁기에 설치된 4개의 제트(Z)펌프에서 소방호스 물줄기압력보다 2.5배나 강한 고압의 물이 솟구쳐 나오면서 「모세의 기적」처럼 바닷물과 땅이 갈라져 케이블이 자동적으로 묻히게 하는 겁니다.』
바위등 장애물은 다이너마이트로 수중폭파, 구멍을 뚫어 그사이에 설치했다.
가장 어려웠던 때는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3∼4m파도의 폭풍우와 싸우며 잠수부·기술진등 40여명과 함께 야간작업을 해야했을때.
홍부사장은 국내는 물론 사우디·인도네시아·싱가포르·태국·말레이시아에서도 명성을 쌓은 수중작업의 베테랑.
『바닷물속에서 일하다 보니 17년 결혼생활중 가족과 함께 지낸 시간은 겨우 3년정도밖에 안되는 것같다』며 멋적게 웃는다. <정순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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