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회(정치와 돈: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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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거여 연50억 공개모금 가능/야는 실력따라 「보험금받기」정도(주간연재)
『우리 유권자들은 국회의원배지만 달면 돈을 땅에서 캐는 줄 알아요.』
재야출신으로 13대국회에 처음 진출한 한 야당의원은 침을 튀기며 불만을 터뜨렸다. 우리 정치문화가 돈을 끌어들이는 능력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정치꾼들만을 원한다는 주장이었다.
의원들의 공통된 불만은 지역내 경조사는 물론 노인정 개축ㆍ계모임ㆍ운동회ㆍ관광 등에 당연하다는 듯이 금품지원을 요구하는 악습이 너무 뿌리가 깊다는 것이다.
이런 풍토에서는 구미에서 말하는 후원회가 되기가 어렵다는 주장이다. 지난 연말 정치자금법이 개정됨으로써 우리국회의원들도 후원회를 통해 합법적으로 깨끗한 돈을 모금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
후원회란 기탁금과는 달리 다수로부터 소액을 지속적으로 받아야 하며 어디까지나 자발적인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까지 야당에 공개적으로 돈을 주는 것을 꺼리고 있다. 5공시절 정당별로 후원회를 만들 수 있는 법이 있었지만 야당 후원회는 거의 유명무실했고 구민정당만이 약 8백명의 후원회원으로부터 연간 20억원을 모금했었다.
민자당도 이 후원회를 그대로 이어받아 올해부터는 50억원씩 모금하게 된다.
그렇지만 연간 2백억∼3백억원씩 들어가는 중앙당의 경상비 지출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며 여전히 음성자금에 의존하고 있다.
민자당후원회는 10개 이상의 기업을 가진 대기업은 제외돼 있다. 대기업은 고액의 기탁금 제공자들이기 때문이다.
민자당의 한 자금관계자는 『후원금의 경우 손비로 처리되어 기업으로선 큰 부담이 없는 액수이지만 그것도 반대급부를 주지 못해 회원관리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만큼 돈을 내면 반대급부를 바란다는 얘기다.
지난 17일 청와대 4자회담에서 노태우대통령은 김영삼최고위원이 당국의 공작정치때문에 자금줄이 위축되고 있다고 불평하자 새삼 정치와 돈과의 관계를 설명했다.
노대통령은 『야당일때는 들어오는 돈을 받아 쓰기만 하면 되지만 여당은 다르다. 때로는 들어온 만큼 뭔가를 해줘야 하고 돌려주어야 하는 것도 있다. 옛날처럼 무조건 돈을 끌어와 쓰면 된다는 생각을 버려라』고 말했다.
이 말은 돈의 생리와 이른바 정경유착의 속성을 짐작할 수 있는 하나의 시사가 될 수 있다.
반면 야당이 돈을 받는 반대급부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대기업이나 돈있는 사람이 야당당수나 실력자들에게 돈을 주는 것은 일종의 보험료를 지불하는 기분으로 주는 수가 많다. 귀찮게 굴지 못하게 하는 일종의 입막음이다. 때문에 야당은 돈을 받았다해서 당장 반대급부를 주어야 할 필요가 없다.
다만 귀찮게 굴거나 국회발언등을 통해 해치지 않으려면 그만이다. 그렇다고 가만있어도 보험료가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이따금 해치기라도 할 듯이 으르렁 거리거나 미소띤 얼굴로 추파를 던지기도 해야 한다.
5공청문회때 어떤 야당의원이 「회장님,증인님」하거나 알맹이도 없는 얘기로 목청을 돋워 위협하는 사례들이 따지고 보면 야당식 반대급부와 무관하지 않다.
한 기업인은 『야당측에서 특정기업을 괴롭히기 시작하면 견디지 못한다』고 실토했다.
올해부터는 시ㆍ도지부와 지구당 후원회도 새로 허용된다.
민자당은 올초부터 의원별로 후원회원 물색에 나서 언제든 구성할 준비가 돼 있다. 특히 민정계의원의 경우 정치자금법개정 이전부터 편법으로 지방유지로 구성된 후원회를 운영해와 보완만하면 되는 상태.
그러나 의원들사이에도 능력차가 있어 일부 중진의원들은 소장의원들의 회원확보를 직접 지원하고 있다.
한 전국구의원은 『과거처럼 직접 소장의원에게 돈을 지원하기보다 기업인에게 소개만 해주면 돼 중간보스 역할이 쉽게 됐다』며 후원회 구성이 계보형성을 촉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야당의원들은 개별후원회를 만들기 쉽지 않다. 초선의 Y의원(평민)은 『아직도 야당에 돈을 갖다주면 큰 일이라도 나는 줄 알고 있어 정치자금법도 그림의 떡』이라며 『여권최고지도자도 공작정치를 당하는 판에 누가 선뜻 나서겠느냐』고 꼬집었다.
그러나 야당의원 사이에도 차이는 있어 재선의 C의원은 『월10만원 정도 낼 사람 20여명 확보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처럼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한 정당은 중앙당과 시ㆍ도지부만 후원회를 구성할 수 있고 지구당후원회는 금지된다. 이 때문에 이철의원은 장기욱전의원과 함께 헌법소원을 낼 준비를 하고 있다.
이철의원은 예외적으로 개인후원회를 갖고 있다. 12대총선직후부터 부산중ㆍ경기고동문들로부터 도움을 받다가 금년에 김찬국연세대부총장,한완상서울대교수,김지하씨(시인)등이 후원회 준비모임을 구성했다. 이들은 지난 2월말 서화전으로 기금을 마련하고 △교수 8명으로 자문단 △판사 1명,변호사 4명으로 법률자문단 △석ㆍ박사출신 자원봉사대 30명으로 이의원감시단을 구성,입법활동까지 지원하고 있다.<김진국기자>
□후원회 모금액의 기부한도
구분 중앙당 시ㆍ도지부 지구당ㆍ개인
인원 1천명 3천명 1백명
금액 연간50억원 연간10억원 연간1억원
□후원회 회원등의 납입한도
구분 중앙당 시ㆍ도지부 지구당
개인 법인 개인 법인 개인 법인
연간 5천만원 1억원 5천만원 1억원 1천만원 3천만원
(중복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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