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법적지위/겉불 껐지만 불씨 여전/한일간 협상어떻게 돼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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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협정 영주권자 33만명만 대상/등록증 특별호적으로 신원 별도관리 가능성/지문날인 모발ㆍ눈동자 무늬확인으로 대체 검토
한일양국 정부가 아주국장 회담에서 재일교포 법적지위의 쟁점부분인 지문날인 및 외국인 등록증 상시휴대 제도를 3세이하 후손에게는 적용치 않는 쪽으로 의견접근을 보임으로써 노태우 대통령의 방일가능성이 높아졌다.
외무부의 한당국자는 『일본은 이들 제도의 완전폐지라는 우리요구를 1백% 수용하지는 않았으나 오는 30일 양국 외무장관 회담에서 일본측이 최종안을 제시하게 되면 양국이 주요부분에 합의를 이뤄 공동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정부는 이로써 지난 88년 12월 제기된 재일한국인,특히 3세 이후 후손의 법적지위에 대한 협상이 큰 고비를 넘겼다고 안도하는 분위기다.
사실 지문날인과 외국인 등록증 상시휴대를 절대 폐지할 수 없다고 버티던 일본이 이나마 의견 접근해 온것은 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의견접근 내용을 곰곰 따져보면 재일한국인의 법적 지위보장이란 원래 취지에는 여전히 문제점이 많이 남아있다.
우선 지문날인 및 외국인 등록증 상시휴대의무 적용배제 문제는 「65년 한일협정에 의해 영주권을 부여받은 자의 3세이후」로 대상을 국한하고 있다.
68만명의 재일동포중 협정영주권자는 33만명에 지나지 않으며 조총련계 20만명을 포함한 27만명의 일반 및 특례 영주권자,8만명의 영주권없이 거주하는 사람들은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것은 양국정부가 이미 합의한 3세 이후에 대한 협정 영주권 부여원칙에 있어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문제점이다.
또 지문날인의 경우 이를 대체할 식별방법을 계속 강구하고 외국인 등록증 상시휴대의무는 처벌을 완화,면제하거나 특별호적을 부여한다는 의견접근 내용도 문제가 있다.
당초 지문날인이 문제가 된 것은 일본이 자국민에게는 이런 제도를 적용치 않으면서 유독 우리교포들에게 이를 강요,마치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 같이 모욕감을 주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 의견접근에도 불구 일본측은 외국인을 특별관리하고 신원을 별도로 확인할 방법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바꾸지 않았으며 지문대신 모발ㆍ눈동자 무늬확인 등의 대체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등록증 상시휴대의무도 특별호적으로 신원확인을 대체한다면 일본인과 같은 대접을 받는다고 할 수 있으나 특별 등록증을 별도로 만든다면 문제의 해결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두가지 악의 철폐대상인 교포 3세는 지금까지 3명만이 태어났을 뿐이며 새제도가 적용되는 시점은 이들이 만16세가 되는 15년이후다.
따라서 일본측은 남은 15년동안 지문날인을 대체할 다른 신원확인 방법을 계속 개발강구하겠다는 복안이다.
일본측은 이 문제를 우리와 합의,발표하게 되면 당장 외국인 등록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4대악 제도중 미해결로 남긴 재입국 허가는 기간을 연장하고,강제퇴거는 기준범죄를 제한하거나 형량을 낮추는 쪽으로 절충해가고 있다. 이 밖의 현안인 지자제 참정권보장,취업차별철폐,국공립 교원임용의 국적조항 삭제 등은 협상시한인 내년 1월16일까지 계속 협의만 할 것 같아 「의견접근」이란 겉과 속간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조현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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