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마라톤 기록정체로 "허우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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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세계마라톤계가 2년째기록정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남자마라톤은 지난85년 아메드 살레(지부티)가 처음으로 2시간7분7초로 7분대에 진입한후 87년에만 다소 주춤했을뿐 88년 벨라이네 덴시모(에티오피아)가 마(마)의 7분벽을 허물고 2시간6분50초로 세계최고기록을 수립하는등 기록단축에 불이 붙는듯 했으나 작년부터 제동이 걸린채 수렁에서 허덕이고 있다.
85년이래(87년제외) 해마다 3명이상의 선수가 2시간7분대를 마크했던 남자마라톤은 지난해엔 아프리카의 기수 덴시모와 주마 이캉가(탄자니아)만이 각각 2시간8분40초(로테르담마라톤1위)와 2시간8분1초(뉴욕마라톤1위)를 기록, 2시간8분대로 체면을 유지했을뿐 아무도 7분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지난해의 저조했던 기록은 올해로 이어져 보스턴·로테르담·런던·빈·로마등 대부분의 주요 국제마라톤대회(상반기)가 끝난 현재 서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젤린도 보르딘(이탈리아·31)만이 이달초 열린 보스턴대회에서 2시간8분19초로 우승, 유일하게 8분대를 기록했을 정도로 기록정체가 장기화될 조짐마저 보이고있다.
기록경신의 유력한 후보로 지목됐던 현 세계기록보유자 덴시모는 지난해 11월 뉴욕마라톤에서 2시간13분42초로 치욕의 9위에 그친데 이어 지난 22일 열린 런던마라톤에서는 레이스도중 석연찮은 이유로 기권하는등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는 인상이다.
역대랭킹 2위기록(2시간7분7초 보유자이고 서울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살레(33) 역시 지난16일 벌어진 로테르담대회에서 악전고투끝에 2시간17분1초라는 처참한 기록으로 7위에 주저앉고 말았다.
이점에선 여자쪽도 마찬가지다.
85년 노르웨이의 장거리여왕 잉그리드 크리스티안센(33)이 런던마라톤에서 2시간21분6초로 세계최고기록을 세운이후 호주의 리사 마틴이 88년 오사카마라톤에서 2시간23분대를 기록한 정도이고 나머지는 25분안에 달린 기록도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같이 기록이 부진한것은 기존 톱랭킹 마라토너들이 연령적으로 이미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남자의 경우 이미 치러진 올해 4대 국제마라톤대회를보면 우승자 모두가 30세를 웃돌고 있는데 비해 두드러진 유망신인을 거의 찾아볼수 없다는 지적이다.
여자도 크리스티안센과 2시간21분21초의 기록을 갖고 최근 은퇴한 미국의 존베노이트 (32)에게 필적할만한 신인의 등장이 이루어지지 않는 가운데 당분간 21분대로 진입할 선수는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신동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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