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꿈나무] 쓰나미에서 피어난 하마와 거북의 사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오웬과 음제
이사벨라 핫코프 외 지음, 피터 크레스트 사진, 강진영 옮김,
미세기, 40쪽, 9800원, 초등 저학년

재미있고,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담긴 실화그림책이다. 2004년 12월 인도양에서 발생해 22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쓰나미에서 피어난 사랑의 이야기로 주인공은 하마와 거북이다.

아프리카 동쪽 해안의 케냐 말린디 마을에 살던 아기 하마는 나중에 쓰나미로 알려진 높은 해일이 닥치면서 엄마를 잃고 마을 앞 산호초에 걸려 꼼짝도 못하는 신세가 된다. 무서워서 떨고만 있는 하마를 발견한 마을사람들이 밧줄.배.그물.자동차까지 이용해 구조작전을 벌이고, 이 와중에 결정적 공헌을 한 오웬 소비엔이란 사람의 이름을 따서 하마의 이름이 '오웬'이 된다. 사람들은 오웬을 보호하기 위해 동물보호지인 할러 공원으로 보내는데 거기서 '음제'라고 불리는 알다브라코끼리거북을 만난다. 스와힐리 어로 '현명한 노인'이란 뜻인 음제는 130살로 몸집이 오웬보다 클 정도로 거대하다.

오웬과 음제는 포유류와 파충류, 한살배기와 130살 노인이란 장벽을 뛰어넘는 우정을 쌓는다. 몸을 비비고, 오웬이 음제의 목을 간질여주기도 하고, 함께 먹고 함께 자는 등 꼭 붙어 지낸다. 엄마를 잃은 오웬을 음제가 어떻게 위로했는지, 그래서 어떻게 사귀게 되었는지 동물학자들도 놀란다. 그리고 이들은 언론을 통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져 할러 공원에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아든다. 이런 일이 실제로 있었다니 더욱 멋진데 책이 만들어진 이야기도 그 못지 않게 소중하다. 이들의 기사를 본 이사벨라가 아빠를 졸라 이야기를 만들었고, 세계적인 사진작가가 멋진 사진으로 뒷받침해서 책으로 만들어졌단다. 사랑과 우정에 목마른 세상에 달디단 샘물같은 책이다.

김성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