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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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연일 신문에 보도되는 수출전선의 비상사태를 읽고 간접적으로 우리경제의 어려움을 들으면서도 설마했던 사실이 현실로 다가왔다는 것을 절감했다. 특히 그동안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수출전선이 후발국에 쫓기고 선진국에 밀려 급성장 1위가 급몰락 1위로 전락했다는 기사는 우리경제의 위기감을 피부에 와닿게한다.
공장에서 무성의하게 끝마무리하는 바람에 수송선 안에서 자동차를 재조립한 소동, 질좋은 일제가 국산보다 싸게 팔리는 전자상가, 한때 밀리는 주문을 처리못해 불꽃튀던 생산라인을 놀릴 수밖에 없는 생산현장, 일감이 없어 사내교육으로 시간을 메워야하는 대기업들…. 우리경제가 맞닥뜨린 위기를 웅변하는 사실들이다.
섬유등 한때 세계시장을 휩쓸었던 경량급 업종은 태국같은 후발개도국에 떼밀리고 철강등 중량급 업종은 일본같은 선진국에 눌리는 샌드위치 현상의 수출구조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가운데 수출시장을 휘어잡을만한 새로운 산업과 상품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니 답답한 심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출의 첨병인 종합상사들은 본연의 임무를 포기한채 수출 부서를 줄이고 수입부서와 내수판매 부서를 늘리는등 수입을 주업무, 수출을 부업무로 삼아 이윤추구에 급급하다니 큰일이 아닐수 없다. 또한 일부 근로자들이 태업으로 납기를 넘기거나 일부러 불량상품을 만들어 수출하는등 급증하는 클레임과 납기위반 때문에 어떤 종합상사는 단골 바이어의 20%가 다른나라로 발길을 돌렸다고 한다.
이같은 행태는 결국 근로자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그리고 엔고시대의 일본은 경영진-근로자-주주-하청 업체가 서로 협의, 상호 희생과 양보로 충격을 훌륭히 흡수한 반면 원고시대의 한국은 수출붐을 타고 늘어난 이익금을 주주들은 배당금으로 챙기고 근로자들도 자기몫만을 주장함으로써 오늘날의 경제위기를 자초한 것같다.
엔화 급락으로 더욱 악화된 수출전선과 이로인해 심각해진 국가경제 외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근로자와 사용자, 기업과 정부, 생산자와 소비자의 구분이 있을수 없다. 정부는 경제정책의 시행착오를 극소화하고 기업은 신기술 개발과 새시장 개척을 서둘러야 하며 근로자들도 사업장내의 흐트러진 분위기를 재정립해야함은 물론 일반국민들도 과소비를 추방하고 국산품애용을 생활화해야할 것이다.
신재수 <서울 도봉구 미아동 47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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