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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레저] 마치 '짬짜면' 같은! 페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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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해지자. 동남아라고 다 같지는 않다. 널린 게 '동양의 진주''지상 낙원'이지만 손꼽히는 명소는 따로 있다. 바다 빛깔 하면 필리핀 보라카이, 긴 백사장 하면 단연 베트남 냐짱이다. 우리 돈 2만원에 바닷가재를 배 터지게 먹고 싶다면 태국으로 가야 한다. 말레이시아 페낭은 번지수가 다르다. 바다는 우리나라 서해처럼 흙빛인 데다가 그나마 썰물 땐 아예 뻘밭으로 변하는 곳도 있다. 야시장.야외 푸드코트를 빼곤 물가도 그리 싸지 않다. 그럼에도 페낭은 꼭 한번 가 볼 만한 곳이다. 그곳엔 동남아 다른 관광지에는 없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페낭(말레이시아)> 글.사진=김한별 기자

도시.자연, 바다.산을 함께

해외 리조트를 찾는 한국 여행객들의 가장 큰 불만은 의외로 '심심하다'는 것. 아무리 그림 같은 곳이라도 한나절이면 슬슬 좀이 쑤신다. 망망대해 작은 섬에 푹 파묻혀 책 읽으며 소일하는 '서양식 휴양'보다 여기저기 증명 사진 찍으며 구경 다니는 '한국식 관광'에 익숙한 탓이다.

페낭은 다르다. 말레이시아의 13개 독립 주 중 하나로 울릉도만 한 크기지만 경제 규모는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이어 둘째다. 영국의 극동 무역 거점으로 일찍부터 항구가 발달했고, 최근엔 공해 없는 깨끗한 환경 덕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한마디로 깨끗한 자연과 대도시를 동시에 갖춘 것이다. 풍광도 독특하다. 바다가 다가 아니다. 제법 높은 산이 있다. 페낭 힐은 이름과 달리 언덕(hill)이 아니다. 해발 830m로 북한산 백운대랑 키가 비슷하다. 스위스식 산악열차 후니쿨라를 타고 정상에 오르면 섬 전체와 말레이시아 본토, 그 둘을 있는 페낭 대교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야경이 그만이다. 여행 깨나 했다는 사람들 사이엔 아시아 최고라는 홍콩 야경보다 낫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길이 13.5㎞의 페낭 대교는 세계에서 셋째, 아시아에서는 가장 긴 다리. 우리나라 현대건설의 작품이다.

최고는 아니지만 바다도 중상급 이상이다. 특히 북서쪽 바투 페링기 해변이 유명하다. 파도 한 점 없이 잔잔해 제트스키, 패러세일링 같은 해양 스포츠를 즐기기에 딱이다. 스노클링과 스킨스쿠버 다이빙도 할 수 있다. 부두에서 배로 1시간30분 거리에 있는 국립공원 파야섬 인근은 한마디로 '물 반 고기 반'이다. 형형색색의 열대어 뒤를 좇아 비췻빛 바다를 헤엄치다 보면 하루해가 금방이다. 바로 옆에선 어린아이 몸통만 한 상어도 구경할 수 있다. 위험하진 않다. 수온이 달라 스노클링 하는 쪽으론 넘어오지 않는다.

종교와 문화, 그 '짬뽕'의 미학

페낭은 인종.종교.문화의 종합전시장이다. 주민부터 말레이.중국.인도계가 한데 섞여 있다. 가장 숫자가 많은 건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중국계. 2차대전 때 끌려온 주석광산 노동자의 후예지만 이젠 페낭의 경제권을 움켜쥔 당당한 주류다. 이 때문에 페낭에선 보이느니 한자 간판이요, 들리느니 중국어다. 얼핏 섬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차이나타운이 아닌가 어리둥절해질 정도다.

유적은 더욱 다채롭다. 유럽 분위기가 물씬 나는 중심가(조지타운)엔 영국 식민지 시절의 유산(콘 월리스 요새, 세인트 조지 교회)과 말레이시아 국교인 이슬람 문화(아킨스트리트 모스크), 화교 문화(구씨 사원)가 공존한다. 거기에 인도계 힌두교 사원과 불교 사찰까지 섞여 있다. 불교 사찰도 세 종류다. 동남아에서 가장 크다는 극락사는 중국식, 길이 33m의 와불상과 등신불로 유명한 왓 차야망칼라람은 태국식, 1803년에 세워진 말레이시아 최고(最古)의 사찰은 미얀마식이다.

아이들을 위한 '깜짝 선물'도

아이들은 참을성이 없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놀거리, 볼거리가 없으면 금세 보채게 마련이다. 쥐 죽은 듯 조용한 허니문용 리조트가 부담스러운 건 그 때문이다. 분위기 깬다고 눈총받기 십상이니까.

페낭엔 아이가 있는 가족 여행객을 위한 '선물'이 있다. 우선 나비 농장. 열대 꽃과 나무 사이로 4000여 마리의 나비가 쉴새없이 날아다닌다. 아침 일찍 가면 나비가 고치를 깨고 나오는 흔치 않은 구경도 할 수 있다.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자연 학습장 구실을 톡톡히 한다.

페낭 힐 아래쪽 식물원(보태니칼 가든)도 아이와 함께 가볼 만하다. 말이 식물원이지 실제로는 넓은 공원에 가깝다. 관광객보다 산책.조깅을 즐기는 현지인이 더 많다. 이곳의 볼거리는 한가로이 공원 곳곳을 거니는 야생 원숭이들이다. 사람을 피하기는커녕 먹을 걸 달라고 주위를 뱅뱅 맴돈다. 원숭이라곤 동물원 우리 속에 갇힌 것만 보아온 아이들에겐 신기한 경험이 될 것이다.

***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아침은 말레이식, 점심은 인도식, 저녁은 중국식

문화와 음식은 섞일수록 풍성해진다. 싱가포르가 대표적인 예다. 중국.말레이.인도계가 섞여 살다보니 세 나라 음식에 서양식까지 섞인 '진짜' 퓨전 요리를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다. 바로 싱가포르가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독립한 나라라는 것. 결국 퓨전의 원조는 말레이시아인 셈이다. 특히 페낭은 주민 구성부터가 싱가포르와 아주 유사하다. 덕분에 바쿠테(돼지갈비탕.사진).사테(숯불꼬치구이).락사(해물 쌀국수).차 퀘이 따오(중국식 볶음 쌀국수) 같은 소위 '싱가포르 10대 요리' 대부분을 페낭에서도 맛볼 수 있다.

페낭의 먹거리 1번지는 싱가포르와 마찬가지로 야외 푸드코트. 최근 새로 단장한 '거니 드라이브 호커센터'에 가면 중국 푸젠(福建)식 짬뽕(호켄 프로운 미)과 말레이시아식 볶음밥(나시고랭), 인도 카레를 한 자리에서 맛볼 수 있다. 동남아 특유의 향신료 냄새가 나긴 하지만 태국이나 베트남 요리에 비하면 한결 덜하다. 입 짧은 사람도 한번쯤 용기를 내 볼 만하다. 값도 저렴한 편. 식사 한 가지에 디저트로 말레이시아식 팥빙수 아이스 까짱까지 먹어도 우리 돈 2000원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푸드코트 외에 '제대로 된' 레스토랑에 가면 계산서가 만만찮게 나온다. 특히 바닷가재.새우 요리 등은 한국보다 조금 싼 정도다. 해산물 상당수를 태국 등 해외에서 수입하는 탓이다.

*** 여행정보

페낭의 우기는 7~8월에 걸쳐 한 달뿐이다. 그 외 달엔 최소한 비 때문에 여행 망칠 걱정은 안 해도 된다. 기온은 높지만 습도는 동남아치곤 그리 높지 않은 편. 한낮에도 그늘에 들어가면 쉽게 땀을 식힐 수 있다. 비행기는 매주 일요일과 수요일 두 차례 떠나는 대한항공(1588-2001) 직항편이 편리하다.

5시간40분이면 바로 패낭에 닿는다. 하나투어(1577-1212)를 이용하면 숙박까지 한번에 해결할 수 있다. 페낭은 물론 인근 랑카위 연계 상품까지 다양하다. 기타 여행 정보는 말레이시아 관광청(www.mtpb.co.kr) 홈페이지와 다음 카페 '말레이시아 포 유(cafe.daum.net/Malaysia4U)' '알럽 페낭(cafe.daum.net/ilovepenang)'에서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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