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주택문제 해결에 「체제」를 걸어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우리나라에서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1천80만명인데 이중 5%인 54만명(전국민의 1.3%)이 전체 민유지의 62.2%에 이르는 1백44억5천61만평을 소유(일제하에서도 상위 5%가 40%소유)하고 있으며 서울은 전체면적(1억5백86만평)의 57.7%를 상위 5%가 소유하고 있다.
이에따른 막대한 불로소득으로 사치성 소비재 수입이 크게 늘고 있고 과소비 풍조가 번지고 있으며 향락산업이 번창 일로에 있다. 88년의 경우 1천만 노동자 임금 총액이 50조1천3백98억원인데 땅값상승에 따른 불로소득은 67조9천억원(토지공개념 연구위) 또는 2백11조7천억원(한국토지개발공사)이라고한다.
노동자를 비롯, 대다수 국민들은 생활비의 4분의1을 주거비로 지출해야하고 1년이면 1천만명이 이사를 다녀야 할 형편이다.
그런데도 30대 재벌들은 축산업·농업·임업·골프장·레저타운·증권회사·보험회사·건설업체·연수원·체육관·축구장·야구장·예비군훈련장을 빙자해 3년간 호황으로 벌어들인 잉여금(88년 7조3천3백52억원)과 유상증자, 회사채발행,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89년6월말 49조2천9백29억원)을 받아 부동산을 사들인 것이 88년12월말현재 1억2천9백43만평이며 장부가격으로는 자기자본 18조1천6백19억원의 절반이 넘는 10조5백32억원에 이르고 있다.
특히 토지공개념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던 89년 상반기 6개월동안 1조1백23억원을 들여 1천3백41만평을 사들인것으로 보면 재벌들의 부동산투기가 얼마나 극심한가를 극명하게 알수 있다.
그러므로 주택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째, 대토지소유를 크게 제한하거나 국가가 이를 수용 매입, 국유화해야한다.
현 상황아래에선 중과세만으론 토지문제가 해결되지않고 오히려 땅값, 집값, 전·월세값, 물가만 올리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이같은 극약처방 밖에 실효가 없다고 본다.
대만의 경우 국가나 공공단체가 소유하고 있는 토지면적은 전 국토의 73%에 이르고 있고 싱가포르는 전 국토의 85%를 국가가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국가·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하고 있는 국·공유지 면적이 전국토의 23%밖에 되지 않으며 그중에서 국립공원이나 하천·도로를 빼고나면 실제 이용가능한 국·공유지면적은 보잘것없는 수준이다.
어쨌든 국·공유지를 충분히 확보, 주택건설 부지로 임대하면 주택문제가 크게 개선될 것이고 공장용지로 임대해주면 제품의 생산비가 크게 떨어져 국제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며 정부로서도 새로 길을 뚫고 항구를 만들기가 훨씬 손쉬울 것이다.
스웨덴·싱가포르·이스라엘과 같은 나라는 거의 모든 국토를 국유화해 임대제를 실시하고 있다.
둘째, 주택개발청을 신설하고 국·공유지에 공공 영구임대주택(9∼25평)을 대량으로 건설해야 한다.
물론 정부가 5개년(88∼92년)동안 2백만호를 건설하겠다하나 서울의 경우 도시재개발·재건축등으로 헐리는 집이 너무 많아 주택의 순증가분은 28만호에 그쳐 주택보급률은 오히려 떨어질 판이다.
더구나 정부의 2백만호 건설계획은 월 소득이 22만7천∼36만8천원 정도인 사람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주택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공공영구임대주택 건설에 소요되는 재원은 89년 한햇동안 초과징수한 근로소득세 6천억원, 연초에 계획했던 세금징수액보다 2조6천8백54억원 초과징수한 세금, 국회 심의없이 운용되는 각종 기금 18조5천1백억원으로 충당하면 된다.
신설 주택개발청이 짓는 공공영구임대주택은 집값의 5∼20%만 착수금으로 내고 나머지는 연리 5%로 최고 25년까지 장기 융자혜택을 줄것이며, 주택개발청은 독립채산제로 하되 정부가 주택개발청 예산의 3분의2를 출자 또는 융자형식으로 지원하고 적자는 전액 보조금으로 지원해야할 것이다.
영구임대아파트는 반드시 1가구1주택만 갖도록 하고 구입한 아파트는 5년이상 살지 않으면 팔수 없도록 할것이며, 아파트를 팔려고 하는 사람은 반드시 주택개발청에 신고를 의무화함으로써 투기를 미연에 방지해야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2백여만명의 노동자가 8천여개의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주택문제 해결을 시도하고 있음을 정부는 직시하고 체제수호 차원에서 과감히 영단을 내려야 할것이다.
배종술 <자유기고가·서울용산구한강로3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