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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억짜리 '공영 주차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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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화순군이 41억원을 들여 만든 지하 주차장이 텅 비어 있다. 화순=프리랜서 장정필

20일 오전 전남 화순군 화순읍 광덕지구의 지하 주차장. 1379평 규모에 136대를 수용할 수 있는 넓은 주차장에 고작 21대의 차량이 주차돼 있다. 주차 관리인은 "하루 이용 차량 수가 30 ~ 50대"라고 말했다.

화순군이 41억원(국비 28억7200만원, 군비 12억2800만원)을 들여 지난달 11일 문을 연 공영 주차장에 이용 차량이 거의 없어 예산만 낭비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주민들은 "지하 주차장 착공 때 투자에 비해 기대 효과가 낮아 예산 낭비로 끝날 것이라고 반대했음에도 군이 강행했다가 이 모양이 됐다"며 비난하고 있다.

전종덕(36) 전 전남도의회의원은 "무료 개방하는데도 이용 차량이 극소수"라며 "'국비는 무조건 쓰고 보자'는 식의 행정이 초래한 결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화순군은 내년 2월부터 요금을 징수할 계획이지만, 주민들은 유료화할 경우 이용 차량이 더욱 감소할 게 뻔해 아예 문을 닫아 관리원(3명) 인건비와 전기료라도 아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 "타당성 없다" 주민들 반대=화순군이 지난해 8월 초 주차장을 착공하자 인근 상인과 주민들이 반대 플래카드를 걸고 공사장 입구를 막으며 시위하기도 했다. 주변 길가 등에 여유 공간이 많아 지하 주차장 이용 차량이 적을 게 뻔한데 많은 예산을 들여 주차장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광덕지구(10만4420평)는 입주민이 7408가구지만, 대부분 차로 30분 거리인 광주시로 출퇴근해 지역 유동인구가 적은 편이다. 교통량이 많지 않아 왕복 2차로의 지선 도로변뿐 아니라 4차로의 간선도로 양쪽 한 차로씩도 노상 주차장처럼 사용하고 있다. 또 아파트.상가 입주가 끝난 지 오래돼 예상되는 신규 주차 수요가 거의 없다.

화순군의 한 직원은 "착공 당시 주차 수요가 늘어날 요인이 별로 없는 상황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화순군은 "사업을 안 해 2003년 행자부에서 지원받은 국비를 반납하면 지역적으로 손해"라는 이유로 공사를 밀어붙였다.

◆ 사업 추진도 주먹구구식=화순군 도시경제과의 한 직원은 착공 전 사업 타당성 분석 결과에 대해 "당시 담당 직원에게 확인한 결과 타당성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주차장 운영을 담당하는 건설과도 주차 수요 및 전망과 손익 분기점에 대해 "아직 조사하고 검토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주차장 건설에 반대했던 주민 김모(47)씨는 "완공 목표를 5월 말로 잡고 공사를 시작한 점 등을 보면, 당시 이영남 군수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치적을 쌓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 같다"고 했다.

화순=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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