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 있는 런던행 비행기 탑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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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쿠데타로 사실상 실각한 탁신 친나왓 태국 총리의 위기는 올 1월 그의 일가가 보유하고 있던 '친 코퍼레이션'회사 지분을 싱가포르 국영투자회사에 19억 달러(약 1조8000억원)에 팔면서 시작됐다.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사실이 국민에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도시 중산층이 부패 정권을 규탄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그는 조기 총선 카드로 맞섰다. 탁신은 야 3당이 불참한 상황에서 치러진 총선에서 승리했지만 헌법재판소는 선거 무효를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민심은 그에게서 더욱 멀어졌다. 특히 그는 지난달 24일 총리 관저 인근에서 폭탄이 실린 차량이 발견된 것을 군부 내 반대세력 제거에 활용하려 들었다가 이번 쿠데타를 자초했다. 당시 반탁신 세력은 사건 자체가 조작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탁신은 또 군부 내 반대파의 불만이 고조된 상황에서 장기 외유에 나서는 실책까지 저질렀다. 그는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에 참석하기 위해 8일 출국한 뒤 지금까지 자리를 비웠다.

탁신은 20일 유엔총회 참석차 머물고 있던 미국 뉴욕을 떠나 가족 일부가 머물고 있는 영국 런던으로 향하는 항공기에 탑승했다고 동행한 태국 기자들이 밝혔다. 이 때문에 영국 망명설도 나돌고 있다.

그러나 탁신의 보좌관인 톰 크루에소폰은 "총리는 아직 권력을 포기하지 않았다"며 "그는 지금 도피처를 찾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측근도 "그는 국민에 의해 선출된 총리로서 헌법의 수호자가 되길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탁신의 반격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태국 영자지 더 네이션은 "탁신이 정권을 재탈환하려면 강한 군사적 지원이 필요한데 그는 이미 군부의 지지를 잃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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