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3분기 실적 '赤과 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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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3분기 은행권의 경영실적 발표를 앞두고 은행 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올 3분기엔 적자를 낸 은행과 흑자를 낸 은행의 격차가 크게 벌어져 주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울상 짓는 국민.조흥=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성적이 나쁜 곳은 국민은행이다. 은행만 보면 간신히 적자를 면한 수준이지만 국민카드를 흡수 통합하면서 5천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은 게 그대로 적자로 연결될 전망이다. 국민은행은 상반기에도 4백7억원의 적자를 냈기 때문에 올 전체로도 적자를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흥은행도 3천억원 안팎의 적자가 예상된다. 역시 카드와 가계대출에서 생긴 부실을 메우기 위해 충당금을 쌓다 보니 적자가 불어났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올 연말까지는 충당금 부담 때문에 적자 기조가 계속되겠지만 올해 부실을 충분히 털고 나면 내년부터는 흑자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표정 관리하는 5개 은행=하나.신한.기업.외환.우리 등 5개 은행은 3분기에 1천5백억~2천억원 정도의 흑자를 낼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우리금융지주로부터 2분기 수익을 과소 계상했다는 지적을 받아 2분기 순익을 높일 경우 3분기 순익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우리은행은 상반기에도 5천6백52억원의 흑자를 내 올 전체로 당초 목표인 1조5백억원을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다만 우리.신한의 경우 은행은 이익을 많이 냈지만 지주회사에 편입된 계열사들이 줄줄이 적자를 내는 바람에 지주회사로는 성적이 그리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카드의 부실을 털어내기 위해 6천4백억원을 쏟아부은 탓에 적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외환은행도 최근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면서 하이닉스가 경영 정상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한 데 힘입어 3분기에만 상반기 적자를 다 털어내고도 남을 정도의 흑자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옆걸음한 한미.제일=한미은행은 지난 2분기에 SK글로벌 사태로 순익이 1백10억원에 그쳤으나 3분기엔 4백억원 안팎의 순익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제일은행은 2분기(4백99억원 적자)와 비슷한 규모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정경민.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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