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통신 외자 유치] 주주총회장 스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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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1시 경기도 일산의 하나로통신 본사 대회의실. 주주총회를 진행하는 윤창번 사장의 입에서 "찬성 1억7천5백만…"하는 표결 결과가 발표됐다. 순간 회의장을 메운 6백여명의 소액주주 대부분이 박수로 환영했다. 이날 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내용이 발표될 때마다 함성을 지르는 등 분위기를 주도했다.

○…이종명 하나로통신 부사장은 주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회사를 살리자는 한마음으로 소액주주들의 찬성 위임장을 받으러 뛰어다닌 전 직원의 승리"라고 말했다. 주주 한 명을 12번 찾아간 끝에 위임장을 받기도 했다는 것이다. 李부사장은 "소액주주에게서 전체 지분 30% 정도에 해당하는 위임장을 확보하면 통과되리라 예상했는데, 직원들이 이를 넘기는 성과를 올렸다"고 말했다.

○…개표가 진행되던 낮 12시쯤 LG텔레콤 직원 세 명이 회의장에 들어와 "부정이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LG텔레콤이 위임장을 받은 7백만주가 집계에서 누락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하나로 측은 7백만주 중 외자유치안에 찬성.반대하는 위임장을 모두 보낸 10만주만 무효처리했을 뿐 나머지는 집계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주총에는 외자유치에 찬성하는 SK텔레콤 김신배 전무와 반대하는 LG 측을 대표한 한국인터넷데이터센터 남영우 사장이 맨 앞줄 좌석에 나란히 앉았다. 이들은 투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친근함을 보였으나 외자유치안이 통과되자 南사장은 굳은 표정으로 바로 자리를 떴다.

○…이날 주총 참석률이 87.7%에 달하자 관계자들은 유례가 없는 기록이라며 놀라워 했다. 업계에서는 그간 하나로와 LG 양측의 소액주주 위임장 받기 경쟁이 그만큼 치열했다는 증거로 평가했다.

권혁주.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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