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 2대교주 사상 후세에 면면히…|최시형선생 추모비세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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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동학 2대교주 해월 최시형선생이 조선조 관헌에 붙잡혔던 강원도원주군호저면고산리 송골마을입구에 추모비가 세워져 12일 제막됐다.
추모비는 치악고미술동우회(회장 김정지)가 최시형선생의 뜻을 기리기위해 2월초 「최선생추모비건립 추진위」를 구성, 5백여만원의 기금을 모아 최선생이 붙잡힌지 92돌을 맞은 이날세운것.
6t무게의 대리석 기단위에 오석(오석)으로 비를 올린 이 추모비 전면에는 『천지즉 부모요 부무즉 천지니 천지부모는 일체야니라』는 최선생의 법설이 새겨져있다.
상단부 오석비에는 『모든 이웃의 벗 최보따리선생님을 기리며』라는 문구와 함께 뒷면에는 최선생의 행장이 새겨져있다. 「보따리」는 해월이 작은 보따리를 메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민중과 동고동락한데서 붙여진 별칭.
치악고미술동우회가 해월의 추모비를 세운것은 선생의 가르침이 오늘날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 할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기때문.
해월은 산업사회로 인한 자연의 파괴, 물질적 탐닉으로 인한 인륜 도덕의 피폐현상속에 생명의 회복운동을 주창했고 소외된 인간본성의 재 정립과 더불어 함께 사는 공동체정신을 실천한 모범을 보여주었다.
해월은 1827년 3월21일 경북경주원촌황오리에서 태어나 1861년 동학에 입도했다.
동학에 인도한지 2년만인 1863년8월14일 1대교주 수운 최제우선생으로부터 법통을 이어받아 제2대교주가 됐고 이때부터 지명수배돼 도피·은둔생활을 계속했다.
도피중이던 1865년에는 「동경대전」과 「용담유사」 8편을 구술하고 후진양성에 힘썼으나 1898년 음력3월17일 원주 송골마을 원진여의 집에서 관헌에 붙잡혀 6월2일 좌도난정(좌도난정) 죄로 처형됐다.
치악고미술동우회 고문이며 추모비 글씨를 쓴 일속자 장일순씨(62)는 『하늘 사람 사물을 공경하는 선생의 삼경설하나만으로도 오늘날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하는가를 일깨운다』며 『세계 각국에서의 녹색당 출현등도 선생의 사상과 상통한다』고 말했다.
해월의 사상과 생활은 여러 정치적 변혁기에 그 뜻이 제대로 퍼지지 않았으나 최근들어 학계에서의 연구가 활발해진 것과 함께 이에 대한 실천운동도 일고있다.
지난해부터 원주지방에서 출발, 전국적으로 확산되고있는 「한살림운동」이 바로 해월사상의 실천운동으로 이날 추모비 제막식에도 김지하 김민기씨등 한살림운동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추모비 건립은 성토작업부터 주변 조경사업까지 12명의 치악고미술동우회 회원들이 직접 나섬으로써 뜻을 더했다. <원주=이찬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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