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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하고 보자」는 관행(사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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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법원이 『시간외 영업만으로는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심야영업주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데 대해 검ㆍ경찰이 반발하고 있다. 『과소비와 퇴폐문화를 부추기는 불법 심야영업을 엄단해야 한다는 것이 여론인 만큼 마땅히 구속해야 하며,그래야 단속의 실효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법리의 다툼같지만 실은 구속을 처벌수단화 해온 검찰의 오랜 관행이 옳으냐 그르냐 하는 문제에 직결되어 있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심야영업의 단속을 과연 국민의 몇%가 찬성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조사가 나온 바는 없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현 시점에서는 불가피한 조치로 인정하고 있다고는 믿어진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당국이 영업시간을 제한한 행정조치를 위반한 것에 대해 인신을 구속한다는 것은 법리에는 물론 검찰의 주장과는 달리 국민의 법상식에도 어긋나는 것이며 만약 우리 사회에 「구속해야 한다」는 법감정이 형성되어 있다면 그것은 분명히 비정상적인 것이다.
행정조치의 위반은 행정조치로 처벌해야 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원칙이 아닌가.
그럼에도 우리 사회 일부에서는 이번 법원의 판단이 지나치게 법리에만 매달린 유약한 것이며 현실적 필요성을 외면한 것이라는 생각을 갖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법감정이 형성된 근본적인 원인은 검ㆍ경찰의 구속관행에 있다. 민ㆍ형사사건을 가리지 않고 피의자를 일단 구속하고 보는 관행을 지속해온 결과 일반인들도 「죄를 지은 자는 구속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젖게 된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구속의 남용은 인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되며 「모든 피고인은 확정판결 전까지는 무죄」라는 대원칙도 무너뜨리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구속은 결코 처벌수단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구속은 단지 피의자의 법정 출석과 형집행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그래서 형사소송법에도 구속의 사유는 주거가 없고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있을 때로 엄격히 한정하고 있다.
피의자는 일단 구속하고 보려는 잘못된 관행이 얼마나 인권을 침해하고 있는가는 통계를 통해서도 잘 입증이 되고 있다. 법원의 통계를 보면 구속된 피의자 1백명 가운데 88명은 2심판결때까지 무죄ㆍ집행유예ㆍ구속취소 등 이러저러한 이유로 풀려나고 있다. 구속 피의자 가운데 대부분이 꼭 구속될 필요가 없었는데도 구속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러한 구속의 남용에서 오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현재 구속영장의 실질심사제와 같은 법적 장치를 마련중이다. 그러나 법 이전에 더 중요한 것은 검ㆍ경찰,그리고 국민의 구속문제에 대한 인식전환이다. 법규를 위반했으면 응당 그에 따른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꼭 구속할 이유는 없다. 인간의 최우선적인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에 대한 구속이 남용되어선 안된다. 이번 법원의 판단은 그러한 너무도 당연한 상식에 대한 재확인일 뿐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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