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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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며칠전 광화문우체국 6층 북한및 공산권 정보센터에서 열린 제1회 「북한영화 상영의 날」행사에서 북한의 극영화가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이번 행사는 통일원이 고조되는 통일에의 염원과 함께 북한의 실정을 보다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알고싶어하는 실향민을 비롯한 많은 국민들의 희망에 부응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하는데, 같은 대학 연극영화과에 다니는 친구와 함께 사전에 관람신청을 해 첫공개된 『참된 심정』등 북한영화를 보고 여러가지 느낀점이 많아 몇자 적어본다.
첫째, 작품수준이 낮으리라는 것은 예상했던 일이지만 폐쇄적 장막에 가려있는 북한의 실제모습을 편린이나마 볼수있겠지 하는 조그마한 기대조차 충족시킬수 없었다. 북한의 꾸밈없는 생활모습을 보고싶었는데 「예술성보다 당성이 지나치게 강조된」 의도성 짙은 가식적 내용과 꾸며진 무대장면에 실망을 금치 못했다.
둘째, 어느 시골 협동농장의 처녀 분조장이 노동당 당원증을 획득하기 위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해야하는가를 보여주는 것이 전부인 이 영화를 보고 국민감정이나 생활습관이 남북간에 너무나 벌어져 있는 것같아 동질성 회복을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비교적 농촌생활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어 남한의 소박하고 따사로운 농촌의 인정·풍경과 비슷한 북한의 농촌, 평범하고 순박한 주인공 처녀의 모습에서만 이데올로기를 넘은 민족의 동질성을 보는듯 했다.
셋째, 영화기법면에서도 거의 초보적인 단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듯 보였다. 영상이 평면적이며 설명적이고 군데군데 주제인듯한 감상적 노래를 작위적으로 삽입, 영상과 맞지않은채 노래만 겉돌아가는등 우리영화의 발전된 영상적 표현력과는 거리감이 있었다.
넷째, 우리와 같은 대학생 10여명을 제외하곤 대부분 관람자들이 망향의 향수를 달래려는 실향민들로 『향수를 달래기에는 너무 미흡하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는데 하루속히 이산가족들의 고향방문이 성사돼 흩어진 가족들의 만남의 길이 열렸으면 한다. 당장 혈육상봉이 힘들다면 생사라도 확인할수 있는 편지왕래를 북한은 받아들여야할것이다.
마지막으로 사전에 신청하지 않은 많은 실향민과 일반인 1백여명이 줄을 서서 입장하려 애썼으나 좌석이 80석밖에 없어 실망하고 돌아갔다.
더 많은 실향민들에게 향수를 달래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북한영화상영이 보다 보편화돼 북한에 대한 이해및 동질성 회복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생각이다.
물론 민족의 이질화 극복은 우리만의 개방노력으로는 불가능한 것이겠지만 이번 북한 영화를 보고 하루 빨리 남북간 문화교류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져 이것이 분단의 장벽을 허무는데 큰 기여를 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했다.

<서울서초구반포동 주공3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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