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사과 받아들이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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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이슬람의 지하드가 사악하고 비인간적인 것"이라는 말을 인용해 이슬람권의 반발을 산 로마 가톨릭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17일 자신의 발언에 직접 사과했다. 교황은 지하드 발언에 대해 "무슬림의 감정을 거슬리게 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이날 밝혔다.

교황이 비교적 신속히 사과하자 대부분의 이슬람 단체는 사과를 받아들일 뜻을 비췄다. 중동 최대 이슬람 조직인 이집트의 무슬림형제단은 "무슬림과 기독교 간 위기가 조성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더 이상 교황의 발언을 문제 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국의 '이슬람평의회' 등 대부분의 유럽 이슬람 단체도 교황의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신도와 이슬람권에 사태 악화 방지를 위해 노력해줄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알자지라 방송은 18일 "교황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의 후유증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선 적지 않은 이슬람 단체나 중동 언론이 "사과가 충분치 않다"며 교황이 문제의 발언을 완전 취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요르단 의회는 성명을 내고 "교황의 보다 정직한 사과"를 요구했다. 이란 정부는 파키스탄.모로코에 이어 교황청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했다. 방송은 "일단 자극을 받은 과격세력이 이번 사태를 빌미로 기독교인과 관련 시설에 대한 공격에 나설 수 있다"고 우려했다. 17일 소말리아에서는 무장괴한들이 현지 의료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해온 65세 이탈리아인 수녀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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