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 보석 같은 그녀 … 뭔가 다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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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요즘 보석 트렌드의 화두는 '돋보임'이다. 무난한 디자인 대신 튀는 스타일이 뜬다. 디자인이 평범하면 크기라도 커야 하고, 이도 저도 아니면 색깔이라도 눈에 띄게 고른다.

쥬얼버튼 홍성민 대표는 "자신을 남과 차별화하고 싶어 하는 욕망을 독특하고 화려한 주얼리로 표현하는 경향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장신구가 옷이나 가방.신발 등보다 더 강하게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도구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판박이는 싫다

지난 1일 홍콩에서 열린 보석 브랜드 티파니의 '프랭크 게리 컬렉션 아시아 론칭 이벤트'. 이 행사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독창적인 재료였다. 블랙 골드, 페르남부코 나무, 카샤롱 원석 등을 사용했다. 티파니의 인터내셔널 부사장인 다렌 첸은 "창조적인 디자인과 독특한 색감.질감 등이 프랭크 게리 컬렉션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프랑크 게리는 저명한 건축가다.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박물관, 미국 로스앤젤레스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등을 세운 주인공이다. '틀을 깬 아름다움(Beauty Without Rules)'을 내세우며 기존 건축방식의 틀을 깨고 대중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특이한 소재를 사용해 물이 흐르듯 유려한 건축물을 만들어 '해체주의 건축가'로 불리는 인물이다. 유명 건축가의 독창적인 영감을 보석으로 표현해 보겠다는 티파니의 전략은 제대로 먹힌 듯했다.

이번에 선보인 '프랭크 게리 컬렉션'은 모두 6개 라인. 생동감 넘치는 움직임을 지니고 있는 '피시', 트위스트 라인과 커브의 역동성에 중심을 둔 '토크', 여성스러운 형태와 감각적인 표면이 특징인 '오키드', 말의 머리 부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에쿠스', 선과 면의 조화를 표현한 '폴드', 겹쳐진 막대 모듈이 격자 무늬의 패턴을 만들어내는 '엑시스' 등이다.

이처럼 '개성'을 강조하는 추세는 국내 결혼 예물 시장도 마찬가지다. 뮈샤주얼리 김정주 대표는 "예전에는 '연예인 ○○○와 똑같은 걸로 해주세요'라는 고객이 많았는데 요즘엔 찾아보기 힘들다"며 "2~3년 전 유행한 심플한 스타일은 가고 이제 선이 굵고 화려한 스타일이 인기"라고 말했다.

주얼리 활용법이나 세팅방법에서도 고정관념은 깨지고 있다. 쥬얼버튼 홍 대표는 "사파이어나 루비를 커팅할 때는 면을 만드는 방법(facetting)이 일반적이었는데 최근엔 옥을 다듬듯 동글동글하게 가공하는 법(cabochon)을 시도하는 경우도 많다"며 "주얼리 연출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진주 목걸이를 겹쳐서 하는 등 파격적인 방법이 먹히는 시대"라고 말했다.

# 크고 화려하게

선이 굵고 화려해진 주얼리. 그 해석은 다양하다. 양극화 현상의 하나로 보기도 하고, 경기가 안 좋을수록 화려한 보석이 인기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주얼리가 대담할수록 몸의 선이 더 예뻐 보인다는 이야기도 있다. 장식을 최소화하는 심플한 룩과 귀족적인 느낌을 강조하는 패션 트렌드에 어울리려면 주얼리는 더욱 디테일이 많이 들어가는 디자인으로 포인트를 줘야 한다는 이론도 있다.

어쨌든 주얼리의 메인스톤 크기는 더욱 커졌고, 세팅도 화려해졌다. 다이아몬드.사파이어 등 고가 보석으로 '알'크기를 키우기는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터. 그래서 문스톤.칼세도니.로즈쿼츠 등 준보석류나 반짝거리는 사금석의 이용도 느는 추세다. 크레오로 최우현 대표는 "과거엔 할머니들이 낄 것 같은 메인스톤이 큰 반지를 젊은 층도 패셔너블하게 소화해내고 있다"고 밝혔다. 주얼리디자인연구소도 운영하고 있는 최 대표의 분석에 따르면 주얼리 디자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목걸이에 있다. 목걸이 디자인이 점점 더 화려해지고 복잡해져 최근엔 가슴 전체를 덮을 정도의 크고 장식적인 '귀족'스타일이 유행이라는 것. 가는 선들과 유닛들이 레이스처럼 엮여 가볍고 리드미컬하게 표현된다. 목걸이뿐 아니라 귀고리도 여러 선이 겹쳐진 긴 스틸레토 형태가 인기다.

색깔도 화려해졌다. 올 가을 패션 트렌드인 블랙에 어울리는 밝은 색이 인기. 특히 황금색과 빨간색의 부상이 두드러진다. 루비.루벨라이트.핑크사파이어.핑크토파즈 등이 빨간색 보석으로 많이 쓰인다. 옐로골드를 두툼하게 쓰는 것도 최근 트렌드다. 같은 보석의 여러 색깔이 믹스 앤 매치돼 사용되는 추세도 눈여겨볼 만하다.

크레오로 최 대표는 "다이아몬드도 무색 투명 컬러만이 아닌 샴페인 컬러, 블랙 컬러 등이 혼합된 세팅이 눈에 띄고, 사파이어도 연한 블루에서 짙은 블루까지 열 단계의 다양한 컬러를 함께 사용해 더욱 풍요롭게 느껴지게 하는 테크닉이 요즘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홍콩=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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