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중견기업] 인터폰 제작 38년 홈오토 세계 '빅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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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상대원동에 본사를 둔 코맥스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내수보다 수출을 더 많이 하기 때문이다. 홈오토메이션 업체인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830억원) 중 55%를 수출로 올렸다. 1973년 첫 수출에 나선 이후 해외시장 개척에 꾸준히 힘써 현재 수출국은 100여개로 늘어났다. 이 회사는 홈오토메이션 분야에서 독일 시들러, 이탈리아 페르맥스와 함께 세계 3대 업체로 꼽힌다.

이 회사의 모태는 1968년 변봉덕(66.사진) 회장이 설립한 공전식 전화기 제조업체 '중앙전자공업사'다. 하지만 전화기 업체 간 경쟁이 너무 심해 고전을 면치 못하자 변 회장은 이듬해 새로운 사업 분야를 찾아냈다. 바로 이 회사의 주력제품이 된 도어폰이다.

초인종을 누른 상대방 신원을 확인한 뒤 단추만 누르면 문을 열어줄 수 있는 제품을 국내 처음 개발해냈다. 문을 열어주기 위해 일일이 나가는 불편을 없앤 것이다. 1970년대 초반 아파트 건설 붐이 불면서 도어폰 수요는 급증했다. 사업 초기 인터폰의 주요 부품을 미군 폐품 장비에서 조달하던 방식으로는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직접 부품까지 제작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불량품이 대거 발생한 것이다. 변 회장은 애프터서비스팀과 함께 구입처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새 제품으로 교환해줘야 했다. 큰 손실을 입었다. 사업을 접어야 할 위기에 처했으나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겨났다. '끝까지 책임지는 업체'로 소문나면서 주문이 밀려든 것이다. "당시 국내 시장 규모가 50만 정도였는데 우리 회사가 90%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안정궤도에 오른 것이지요. 해외진출 여력이 생긴 것입니다."

변 회장은 이때부터 80㎏짜리 가방을 메고 해외로 나갔다. 바이어들을 만나 짧은 영어로 더듬거리며 영업을 했다. 품질은 괜찮으면서 일본 제품보다 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외 주문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1999년 회사명을 현재 이름으로 바꾸고 이듬해엔 코스닥 등록을 성사시키는 등 회사는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변 회장은 계속 변화를 외치고 있다. 국내 건설 경기 부진으로 홈오토메이션 내수 시장이 크게 준 반면, 홈네트워크 시장은 급속도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홈네트워크는 컴퓨터로 집안의 모든 가전제품을 한꺼번에 제어하는 체계로 대기업들이 진출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이런 추세에 발 맞춰 코맥스는 최근 부설연구소 연구원과 영업 인력을 대거 홈네트워크 사업에 투입했다. 코맥스의 홈오토메이션 제품을 중심으로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또 KT 컨소시엄에 참여해 무선을 이용한 주택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에 힘입어 코맥스는 오는 10월 경남 창원 반송지구 2710가구에 홈네트워크 포털서비스 '홈이(Homⓔ)'를 선보일 예정이다. 변 회장은 "38년 기업을 이끌면서 지켜온 원칙이 있다면 '고인 물은 썩는다'는 것"이라며 "스스로 만족할 만한 '최고 제품'을 만들어 낼 때까지 현장에서 계속 뛸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탁 이코노미스트 기자

◆이 기사의 상세한 내용은 중앙일보 자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856호(9월 18일 발행)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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